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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판박이’ 고성산불, 피해는 15배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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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판박이’ 고성산불, 피해는 15배 적었다
  • 고성/ 박승호기자
  • 승인 2020.05.03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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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민가 덮쳐 대형참사 이어져
올해는 민가 적어 인명피해 없는듯
진화헬기 등 38대 동시다발 공중지원
전국 소방력 신속히 동원 진화 ‘한몫’
경찰·소방, 합동감식 “보일러 과열 추정”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주불이 진화된 2일 오전 화재 현장의 산림이 검게 타 있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주불이 진화된 2일 오전 화재 현장의 산림이 검게 타 있다.

지난해 4월 강원 대형산불 이후 1년여 만에 또다시 강원 고성에서 대형산불이 나 1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그러나 피해 규모를 보면 지난해 산림피해는 1267㏊로 막대했지만 올해는 85㏊에 불과했다.

민가 피해도 지난해에는 584가구 1366명의 이재민이 난 반면 올해는 주택 등 6동 피해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2명의 사망자가 났지만 올해는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 4085명이 대피한 지난해 산불에 비해 올해는 절반인 2200여명이 대피했다.

그나마 군 장병 1800여 명을 제외하면 주민 대피는 500여 명에 불과했다.

1년 전과 닮은 듯 다른 고성 산불의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선 지난 1일 오후 8시4분께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한 주택에서 시작된 산불은 작년 고성산불과는 여러 측면에서 닮았다.

이번 산불은 지난 1일 발생해 12시간 만에 주불이 진화됐고 지난해 4월 4일 오후께 7시17분께 원암리의 도로변에서 발생한 산불도 11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무엇보다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피해를 키운 점은 매우 유사하다.

소형 태풍급 강풍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면서 삽시간에 화마 피해가 발생한 점은 유사하다.

산불 원인도 ‘인재’(人災)라는 측면에서 공통분모가 있다. 산림당국은 이번 산불이 주택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현장 합동 감식과 수사가 있어야 하지만 불씨 취급 부주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고성산불도 한전의 전선 자체의 노후, 부실시공, 부실 관리 등의 복합적인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올해와 지난해 산불은 피해 규모 측면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차이의 주요 원인은 지리적 여건, 산불 진화의 집중력과 신속한 대응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형 태풍급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휩쓰는 동해안 산불의 특성상 산불 진로에 민가가 있느냐 없느냐는 막대한 차이를 가져왔다.

올해 산불 발화 지점인 도원리는 작년 산불 발화지인 피해 규모 원암리에서 4∼7㎞가량 북쪽에 있다.

이번 산불이 지나간 곳은 대부분 산림이어서 대피 인원은 2000여 명에 달했으나 민가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지난해 화마가 휩쓸고 간 곳은 대형콘도와 연수원, 민가가 많아 피해가 그만큼 컸다.

여기다 지난해 산불은 고성·속초뿐만 아니라 인제, 강릉과 동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진화력이 분산돼 피해 최소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산불은 한 곳에서 발생해 전국 진화 헬기 38대가 동시에 공중 진화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이 때문에 공중진화에 나선 지 2시간 30여분 만에 주불을 잡을 수 있었다.

소방당국도 대응 단계를 1∼3단계로 순차적으로 격상, 전국 소방력 동원이 신속하게 이뤄져 광범위한 방어선을 구축하는 등 산불 진화에 한몫했다.

또 이번 산불은 지난해 산불보다 한달가량 늦게 발생, 초목류가 상대적으로 많이 자랐고 활엽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수목 분포도 피해 최소화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경찰은 산불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감식에 나섰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이번 산불이 최초 발화 지점으로 알려진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화재 주택에서 강원도소방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현장 합동 감식 작업을 벌였다.

합동 감식에는 40여 명이 투입돼 화재 현장에서 이번 산불과 관련 있는 증거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경찰은 합동 감식 과정에서 증거물 등을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다.

산림 당국은 이번 산불이 주택에서 발생한 불씨가 인근 야산으로 옮아 붙어 확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도 화목 보일러 과열이 화인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다른 요인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 등을 살피면서 목격자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고성/ 박승호기자
shpark@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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