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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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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6.01.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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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눈높이대로만 세상을 보려한다. 자신이 사고하는 이념과 사상에만 집착하여 타인의 사상이나 정신을 너무 가볍게 판단하거나 편견되게 보고 있는 것 또한 부인 못할 사실이다.
21세기를 맞아 많은 것을 얻었으나 그 보다 소중한 것도 너무나 많이 잃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없지만 아주 오랜 지난날 필자가 어린 시절 동구 밖 어귀에 있는 고목나무 아래서 쌀 한 종지와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두 손 모아 비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자손의 번성과 안녕등 저 마다 바라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할머니들의 소원이 이루어 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고목나무는 할머니가 이 세상을 하직하는 그날까지 할머니에게 신앙이었고 의지였으며 믿음이었으며 행복이었고 위대한 신이었다. 그 할머니는 동구 밖 고목나무가 마을을 지키며 가족을 보살핀다고 굳게 믿고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는 손자를 등에 업고 외로울 때나 기쁘고 슬플 때면 고목 나무아래 등걸에 앉아 멀리논밭에 일을 하는 아들과 며느리를 바라보시기를 좋아했으며 고목나무의 고마움을 새기면서 평생을 그 나무를 의지하고 사셨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복한 한 평생을 보내시다 꽃상여를 타시고 그 고목나무를 지나 양지바른 뒷동산에 묻혀 동네를 굽어보면서 자식들의 영화를 기원하셨을 것이다.
그 누가 그 할머니의 행위를 미신이라고 고목나무에 도끼를 갖다 댈 수 있는 자격이 있단 말인가. 그 누가 고목나무에 절을 하시는 할머니를 정신이상자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인생은 각자 자신의 눈높이대로 살아가는 것이며 모든 종교나 신앙의 행위가 인간의 행복과 선을 추구하고 향할 때, 그 어떤 종교이든 고귀하고 거룩한 것이다. 그것이 비록 원시신앙이라 할지라도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사상이나 정신을 자기 눈높이에 맞춰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동구 밖 고목나무도 할머니에게는 사랑과 자비를 가르치는 신이었다. 필자는 아직도 옛 할머니처럼 마음씨 곱고 다정다감했던 아름답고 소중한 마음을 가진 할머니를 다시는 만날 수가 없었다. 그 할머니는 참 종교인이었고, 자신의 가족과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참으로 곱디고운 한국의 어머니였다.
우리는 지금 진실로 소중한 것을 잃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무엇일까, 높은 지식과 한없는 욕망이 우리에게 수많은 편리함과 행복을 주었지만 또 무엇인가 모를 아름다운 인정을 우리도 모르게 빼앗아 간 것이 아닐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똑똑한 지식인들이며 또 남보다 더욱 잘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진실로 그대들은 지금 행복한가, 더욱 높은 이기심과 욕망 속에 몸부림치는 답답함이 그대를 술꾼으로 만들고 정신이상자로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면서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 아닐까.
그 옛날 동구 밖 고목나무는 지금은 베어지고 없다. 도시개발이란 명분으로 고목나무는 베어지고 고목나무가 있었던 그 자리는 번쩍이는 아스팔트로 변해 수많은 차들이 달리고 있다.
잃어버린 것을 찾기엔 우리 모두가 지쳐있다. 삶에 지쳐있고, 욕망에 지쳐있고 그리고 정신적인 미치광이가 되어 도시개발로 벌겋게 깎인 산등성이를 바라보면서 지난 날 할머니가 신앙처럼 섬기었던 그 고목나무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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