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 칼럼] 쌀 예찬 ‘쌀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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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 칼럼] 쌀 예찬 ‘쌀은 생명이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05.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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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쌀은 밀·보리와 함께 인간이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세계 3대 식량작물이다. 쌀을 뜻하는 한자 ‘米’는 갑골문자(甲骨文字)로 벼이삭에 쌀알들이 촘촘히 달려있는 형태를 본 따 만들었다. ‘米’자를 풀면 팔십팔(八十八)이 된다. 볍씨를 모판에 뿌리고, 논에 모를 심고, 김을 매고, 거두어 밥상에 오를 때까지 여든여덟 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속설이 있다. 즉 농부의 정성과 땀이 흠뻑 담겨져 있다 하겠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거친 어르신 나이 팔십팔(八十八)세를 米壽(미수)라고 부르는 뜻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쌀은 생명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인 39억 명 이상이 쌀을 주식으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태국 등 주로 아시아 국가들이다. 쌀은 110여 개국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90% 이상은 아시아지역에서 생산된다. 최근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쌀이 식량자원으로 가치를 높여 가고 있다. 가나, 가봉, 나이지리아, 세네갈, 수단, 우간다 등 19개국에도 옛 우리나라 통일벼와 아프리카 토종벼를 교배해 신품종 말라위(Makafaci, Kachangu)와 말리(MAFACI1)를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특히 벼 재배는 개발도상국들의 생계수단이고 주요 소득원이다. UAE의 사막에서도 벼농사를 시도하고 있다. 벼로 푸른 초원의 생태환경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쌀은 기력을 높인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에 의하면 쌀은 비장(脾臟)을 튼튼하게 하고 위(胃)를 편하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이질·설사를 멈추게 한다. 체력이 허약하거나 비위가 약하여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 병을 오래 앓고 있는 환자나 속이 불편하고 답답한 사람들이 쌀죽을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쌀은 적도 이긴다. 임진왜란(1592∼1598) 때 왜병들이 탄 왜선은 수없이 고금도 바다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 때 이순신 장군은 목포 앞바다에서 잘 보이는 산봉우리 둘레를 짚과 섶으로 둘러 군량미(軍糧米)가 산더미같이 쌓인 것처럼 보이도록 위장하고 적을 공략했다. 왜군들이 목포 바다에 이르러 앞산에 있는 산더미 같은 군량(軍糧)을 보고, “군사도 많고 오래 먹고 싸울 수 있는 쌀도 많구나?”하고 미리 겁을 먹고 물러갔다고 한다. 쌀더미 때문에 배 한 척 잃지 않고 많은 적병을 물리쳤다고 한다. 그래서 이 봉우리를 유달산 노적봉(露積峯)이라고 한다. 쌀은 얼마나 위대한가.

밥은 좋은 인사다. 고마울 때 “나중에 밥 한번 먹자”, 안부 물을 때 “밥은 먹고 지내냐?”, 아플 때 “밥은 꼭 챙겨 먹어”, 인사할 때 “식사는 하셨습니까?”, 좋은 사람 “밥 잘 사주는 사람”, 최고의 힘 “밥심”, 좋은 부인을 평할 때 “밥은 잘 차려 주냐?”, 걱정할 때 “힘들어도 밥은 꼭 챙겨 먹어” 등 무궁무진하다. ​부모님들은 그저 밥 먹는 게 제일 걱정이었다. 객지에 나간 자식들이 밥 잘 먹는다면 안심이 되었다. 또 모든 이들이 “밥 잘 먹었냐?”는 물음과 “밥 잘 먹었어!”라는 대답이 얼마나 따뜻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이젠 쌀이 남아돌아간다. 강남은마아파트는 1980년 평당 77만 원에서 2020년 6468만 원으로 84배가 올랐다. 그런데 쌀값은 1980년 3,000원(4Kg)에서 2020년 9,500원으로 고작 3.2배 올랐다. 게다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4년 130kg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지난해 59.2kg이다. 올해가 더 큰 일이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이 늘면서 분식소비가 늘고 있다. 쌀 소비가 더욱더 걱정된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쫄깃쫄깃한 쌀밥으로 여럿이 같이하는 식사자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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