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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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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1.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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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많아지면 질로 바뀐다는 말이 있다. 선거철만 되면 탈당, 분당, 창당, 합당이 반복되다 보니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당이 탄생하는 것이 일탈이 아니라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정당제도화를 통해서 안정적인 정당 간 경쟁과 유권자의 실효적인 선택을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을 모르는 서생의 잠꼬대가 되어 버린 느낌마저 있다.
지지자와의 지속적인 유대관계에 기초한 제도화 과정을 생략한 채 특정 인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정당은 실은 유권자와의 연계도 견고하지 않다. 그래서 노선·이슈 중심의 균열 구조와 이에 따른 정당 간 차별화, 유권자의 지속적인 정당 지지, 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제도화된 정당정치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신생 '국민의당'은 정당 제도화의 어려움과 유력 정치인 중심의 창당이라는 늘 봐오던 패턴을 다시 상기시켜주고 있어서 실망스러운 면도 있다.
그러나 기존 양대 정당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을 목격한 유권자들에게 국민의당이 혹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또한 어쩔 수 없이 있는 듯하다. 과연 신생 국민의당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새로운 제3당으로서 새로운 다당체제를 유도해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결국 빈번히 보아온 분당과 통합을 통해 다시 일상의 정당으로 회귀할 것인가? 2016년 총선을 넘어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퍼즐일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기성정치와 양당제의 폐해에 대해서 더 이상 두고봐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신당이라는 정치 행적으로 모여든 것이다.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주도하는 (가칭)국민의당이 이념과 노선을 놓고 좌충우돌하고 있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과 최원식 대변인의 ‘대통령 거리서명 지지’ 논평이 대표적이다. 두 사안 모두 당내에서 역풍을 맞아 사실상 정반대 입장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정무감각 부족에 따른 실수로 이해될 수도 있겠지만 신당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다.
국민의당이 지지도 정체와 더불어민주당 탈당 진정으로 어려움에 처한 것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국회 교섭단체 구성이 불투명하고 저명인사 영입이 순조롭지 않아 조급증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럴수록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 안 의원이 수년간 주장해온 ‘새 정치’에 걸맞은 언행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눈앞의 이익을 취하고자 꼼수정치를 할 경우 그나마 회복된 ‘안철수 현상’은 영영 설 자리를 잃고 말 것이다. 기존 야당과 달리 보수중도층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 확고하다면 그런 생각을 국민 앞에 당당하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 어정쩡하게 이쪽 저쪽 기웃거리는 모습은 구시대 정치의 전형이다.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양당체제를 허물고 제3당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더민주와 정의당이 제의한 총선연대를 과감히 뿌리쳐야 한다. 연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양당체제 고착을 의미한다. 의석 몇 개 더 얻겠다고 새 정치를 포기해선 안 된다.작게는 친박과 비박, 그리고 친노와 비노 등 각 정당 안에 계파끼리 경쟁 및 상호보완적 공생관계를 통해. 크게는 친박과 친노가 적대적 공생관계를 통해서 각자 기득권을 형성했고, 서로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며 정치권력을 나누고 있는 형태가 지금에 양당제로 굳혀졌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보유한 국가 전반의 이권과 기득권을 무기로 해 보수와 안보를 명분 삼아 자신들 틀 안에 있지 않으면 종북, 불만 세력으로 규정하며 국민을 겁박하듯이 끌어안고 있다. '우리 편 아니면 사회불만자'로 인지시켜서 이념지형 상 점이지대에 있는 사람들과 이념적 지향구분을 거부하는 사람들까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을 지지하게끔 강요하고 있다.
야당도 비슷하다. 친노와 운동권이라는 좁은 정치이념관 안에서 자신들만의 강력한 카르텔이 형성돼있으며 돌아가신 대통령의 무조건 숭배와 대책 없는 반정부 투쟁에 함께하지 않으면 꼴통, 꼰대, 수구 등으로 몰며 자기들 방식의 피아구분을 한다. 여당 아니면 자기들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있다.
야권에 그러한 논리의 종합체가 바로 통합 및 야권연대이다. 무능하고 폐쇄적인 운동권 방식과 보수보다 더 꼰대가 돼가는 진보엘리트 그리고 친문 패권주의가 연합하고 주도하면서 그 틀을 벗어나면 분열이라고 한다. 자기들만의 틀을 통합과 연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고도 매번 보수진영에 패한다. 그놈에 연대와 통합을 하고서도 말이다.
이들 거대 양당의 기득권 사수에 진절머리가 난 국민들의 선택이 바로 새로운 정당인 것이다. 실제로는 특권층만을 위하지만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새누리당도, 이념타령만 하고 있는 진보진영 및 야권도 모두 좋아하지 않지만 국민들이 선택해야할 지점(정치정당)이 이들 양당 밖에 없었기에 이들을 찍어 주었을 뿐이었고 무당층이 증가한 것이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선택 지점이 마땅치 않았던 국민들의 응답으로 나타난 것이다. 신당 지지율 고정화와 상승은 무당층의 감소와 새누리당 및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에 의한 것인데, 이는 필자가 앞에서 설명한 '양당제가 아니면서 다른 선택지를 기다리고 있었던 국민들의 새로운 희망 지점'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러한 민심변화를 ‘신당 지지층의 충성도가 두텁지 못하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자의적이며 자위적인 해석이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던 호남 민심은 충성도가 매우 낮은 지지층이었다는 얘기일 뿐더러, 지지층이 자신들에게 충성을 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유권자 위에서 군림하겠다는 의미와 다를 것 없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도 이것이 자신만의 힘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2012년 때 돌풍을 일으킨 이른바 '안철수 현상'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신당은 모두 ‘안철수’라는 명칭이 들어간 것이 사실이다. 허나 그것이 안철수 개인만을 위해서 조성된 국민들의 열망이 아니다. 그러므로 '안철수'라는 명칭으로 모여든 이러한 열망을 ‘안철수 의원’ 한 명의 정치인이 모두 수혜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정치인 안철수는 이미 몇 차례 정치인답지 않은, 그리고 지도자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안철수라는 명칭이 담긴 신당과 현상에 대해서 국민들의 관심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 왜 그런 것인지를, 제대로 해석하고 통찰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지난 몇 년 간 보여준 정치인 안철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또 다시 답습하게 될 것이다.
3김정치 종식 이후 한국 정당 정치의 특기할 만한 양상 가운데 하나는 정당 내 분파정치가 더욱 현저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어느 나라의 정당에도 분파는 존재하지만, 이들 분파 간의 알력이 우리처럼 탈당, 분당, 합당의 반복된 패턴을 거듭하는 나라는 지극히 드물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분파 정치가 정당 내부에서 건전한 정책 대결로 승화되어 소화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탈당과 분당, 그리고 합당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제 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탈당이나 분당을 꿈꾸는 세력에게는 두 가지 대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분파 간 긴장 속에서 불편하지만 공존의 묘(妙)를 터득하는 것이고, 탈당과 창당을 감행한다면 인적 영입을 통한 외연 확대보다는 기존 정당과 명백히 차별화된 선명한 정책 대안을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후자라면 신생 정당은 “너희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유권자의 질문에 대해서 차별화된 답안지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1여 2야는 분명 여당에 꽃가마다. 그런데 꽃가마 탔다고 난리를 치다가 가마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선거에선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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