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독자투고] 코로나19 세상과 돈의 위력, 그 대안은
상태바
[독자투고] 코로나19 세상과 돈의 위력, 그 대안은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07.26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동성 경기 군포시청 홍보기획과

“돈이면 다냐?” 자본주의의 천박성이 거론될 때마다 종종 듣는 말이다. 빈정거림이 섞여있는 다소 감정적 표현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깊은 뜻이 담겨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이, 돈이 개입하면 쉽사리 풀리는 상황을 비꼬는 말이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수시로 목격한다.

오죽하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까지 회자됐겠는가. 돈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도 많다. 대부분 돈이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식민지 조선의 지방도시에서 벌어지는 탐욕스런 인간군상의 세계를 그린 채만식의 ‘탁류(濁流)’에서도 돈을 둘러싸고 온갖 사기가 판을 친다.

돈(화폐)은 물물교환 이후부터 형태만 달리했을 뿐 존재해왔다. 그만큼 인간에게 필요하다. 위기 상황에서는 더 필수적하다. 당장 써야 할 상황인데 쓸 돈이 없으면 막막해진다. 써야 할 때 쓸 수 있도록 돌고 도는 것이 돈이다. ‘돌고 돌아서 돈’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다.  

갑자기 웬 돈 얘기냐고 궁금해할 것이다. 코로나19 세상에서 돈의 위력이 한층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교수는 저서 ‘화폐경제학(Money Mischief)’에서 “화폐 보유의 이유는 장래의 긴급한 상황에 대한 준비이며, 그래서 일부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자산”이라고 했다. 불확실한 장래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코로나19로 당장 일자리가 끊겨서 수입이 줄어든 사람에게는 장래가 아니라 현재의 일이다. 다시 말해 장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소득이 끊겨 소비가 줄어드니 생산이 감소하고, 투자가 위축되고, 다시 일자리가 줄어들고, 다시 수입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의 타격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나마 있던 단기 알바같은 일자리마저 끊겨버린 취약계층의 고통스런 모습을 다룬 보도를 많이 보게 된다. 당장 돈이 필요한데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골목상권 등 지역경제도 위기에 처했다. 돌고 돌아야 돈인데 돌지를 못하고 돈맥경화(돈脈硬化)에 걸렸다. 유동성이 존재하지만, 막상 필요한 계층은 손에 쥐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다보니 빚에 의존하게 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가 올해 1분기 39개 세계 주요국가들의 국내총생산대비 가계부채비율을 집계했는데, 한국이 97.9%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빚은 또 다른 빚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삶을 옥죈다. 

이처럼 국민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국가재정이 긴급처방책으로 등장한다. 구체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이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인위적으로 소득을 제공하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기본개념이다. 결국 국가재정을 통해 돈이 해결사 역할을 한다. “돈이면 다냐?”라는 질문에 “돈이면 다다.”로 응답하는 세상이 돼버린 듯 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현상이다. 돈의 위력이 한층 커지는 것을 보니 서글픈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국가재정에도 한계가 있다. 무한정 투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안 찾기도 녹녹치 않다. 핵심은 소득 창출, 일자리 창출인데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를 언제 되찾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사회변화에 맞는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사람중심 문화’의 확산이 아닐까 싶다. 군포시 시정구호에 있는 ‘사람중심’에서 착안했다. 물론 ‘사람중심 문화’의 개념이 뭔지 쉽사리 잡히지 않는다. 막연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인 만큼, 대안 마련도 우리가 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말해 생각의 발상을 바꿔서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돈의 필요성, 중요성을 줄여나가는 삶의 방식은 불가능할까? 대신 사람들의 상호관계와 관심, 배려의 비중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말이다. 문득 이런 속담이 생각난다. “사람나고 돈났지, 돈나고 사람났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