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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쌀이 곧 보약이요, 국가의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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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쌀이 곧 보약이요, 국가의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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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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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쌀을 뜻하는 한자 ‘미(米)’를 풀어보면 ‘八(팔)十(십)八(팔)'이다. 쌀은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여든여덟 번의 농부의 손길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더해서 8월 18일로 정했다. 쌀의 가치를 알리고 소비촉진과 농업인의 노고에 감사하기 위해 2015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날이다.

해가 갈수록 쌀 소비량이 줄고 쌀값이 하락하는 위기상황이 ‘쌀의 날’을 정하는 발단이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국민 한사람이 먹은 쌀은 59.2㎏이다. 1970년 136.4㎏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62g. 밥 한 공기를 짓는 데 100g 정도이다. 하루에 한 공기 반 정도 먹는 셈이다. 쌀값 역시 2014년 80kg 한 가마니에 16만 9668원에서 쌀의 날을 지정한 2015년에는 15만 6880원으로 급락했다.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쌀의 탄수화물은 다당류로 단당류에 비해 소화흡수가 느리게 진행돼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아준다. 쌀은 당질·단백질·지방·무기질(비타민B)·식이섬유 등을 함유하고 있어 밥 중심의 식단은 비만과 고지혈증·당뇨·고혈압 등을 예방하는 데 이롭다. 특히 섬유질은 구리, 아연, 철 등과 결합해 해로운 중금속이 우리 몸에 흡수되는 걸 방지하는 역할을 해준다. 쌀의 탄수화물이 비만을 유발한다는 논거는 타당하지 않다. 사실 비만을 부르는 탄수화물은 밀가루와 설탕 등에 다량 함유된 단당류(단순 탄수화물)이다. 오히려 쌀의 탄수화물은 다당류로 성인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라고 전문가들은 진언한다.

쌀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야겠다. 1950년대에는 한국전쟁과 쌀 생산량의 부족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보릿고개’로 굶주림과 빈곤의 생활을 했다. 1960년대에는 ‘무미일(無米日)’을 지정하여 음식점, 여관 등에서 매주 수·토요일에 쌀을 원료로 하는 모든 음식 판매를 금지했다. 1970년대에는 보리나 밀가루 같은 ‘혼분식(混粉食)’을 장려하고 절미운동을 추진했다. 학생들의 도시락에 쌀과 잡곡 비율을 30%로 정해놓고 검사까지 했다. 그토록 귀한 쌀이 지금은 남아돌아 국가적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쌀이 코로나19로 가치를 재조명 받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자국 내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수출을 제한하고, 식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렸지만 우리나라는 식품 사재기가 없는 나라로 선망(羨望)되었다. 우리나라는 주식인 쌀 자급률을 96%로 높게 유지한 덕분에 안정적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쌀은 식량으로뿐만 아니라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갖는다. 벼농사는 대기 정화, 수자원 함양, 홍수예방, 토양 유실방지, 폐기물 분해 등 환경보전 기능이 탁월하다. 식량안보, 농촌경관 조성, 농촌공동체 유지, 전통문화 보전도 쌀이 갖는 공익적 가치다.

지금이야 쌀 재고가 충분하지만 기상이변에 따른 태풍·가뭄·저온현상·병해충 기승 등으로 흉년이 들면 쌀 부족 위기는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더욱 쌀은 우리나라의 주식이어서 조금만 부족해도 일상에서 느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식량을 팔지 않는다면 우리는 심각한 식량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2040년경이 되면 식량 부족현상으로 ‘식량의 무기화’가 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식량이 부족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매년 수만 명이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더라도 쌀(식량) 농업은 그 나라를 지켜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간산업(基幹産業)이다.​

우리는 코로나19로 그 흔했던 마스크가 품절돼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서고, 5부제로 개수를 제한하며 구입했던 경험을 했다. 쌀도 천재지변으로 부족한 상황이 안 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쌀의 날’을 계기로 온 국민이 쌀의 소중함과 농업·농촌의 가치를 되새기고 쌀 소비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져 쌀 산업이 지속 발전되기를 기원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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