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 칼럼] 힐링과 농업이 만들어낸 희망 '치유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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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 칼럼] 힐링과 농업이 만들어낸 희망 '치유농업'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10.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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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웰빙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2010년 등장한 힐링은 정신적 휴식(안정)을 추구하는 사회분위기와 어울려서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힐링’하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이나 농촌을 떠올린다.

농업은 기본적으로 생명을 보살피고 키워내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의 정서안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농사를 지으면 신체도 건강해지고 농촌 경관을 보존하여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든다는 공익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처럼 농업의 힐링 효과에 주목해 최근 등장한 개념이 바로 ‘치유 농업(治癒農業. Care Farming)’이다. 치유농업은 농장이나 농촌경관을 활용해 정신적·육체적·의료적·사회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제공되는 모든 농업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 치유농업의 범위는 채소와 꽃 등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 기르기, 산림과 농촌문화자원을 이용하는 것까지 모두 포함한다.

독일에서는 1850년대 의사인 ‘슈레버(Daniel Gottlob Moritz Schreber)’박사가 환자에게 “햇볕을 쬐고 흙을 만지며 채소를 길러 먹어라”라는 처방전을 발급하면서 치유농업이 시발(始發)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1940년대부터 입원한 상이군인들의 재활을 위하여 활용된 것을 계기로 꾸준히 확대되었다.

네덜란드는 정부, 지자체, 농장주, 의료기관의 협력으로 치매인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매주 2만 명이상이 농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와 간병인, 농장주와 가족, 정부와 지자체 등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있다. 프랑스, 노르웨이, 벨기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지에서는 치유농업을 위한 사회적 농장이 적게는 400여 개소에서 많게는 2000여 개소까지 운영되고 있다.

유럽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치유농업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다.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건강과 연계된 농촌 체험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은 분야가 원예치료(園藝治療;Horticul Turetherapy)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예로 원예작물의 재배관리·정원 가꾸기 등을 통해서 육체적·정신적 회복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치유농업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곳은 병원, 재활시설, 직업훈련원, 공동체 정원, 식물원, 학교, 교도소 등이다. 신체적·심리적 그리고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 질병이나 상처에서 회복 중인 사람들,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있으면서 생활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 약물이나 알콜 중독에서 회복 중인 사람들도 치유농업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치유농업은 기억력, 행복감, 만족감 등이 향상되고,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등이 감소하는 심리적 효과는 물론 근육회복, 심박 감소 등 신체적 효과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단순 정신적·육체적 원예치료에서 의료적·사회적 건강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치유농업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는 치유농업의 활성화를 위해 치유농업자원, 소비자가 요구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 등 관련 기술의 개발과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치유농업서비스의 현장 적응과 보급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도 병행해야한다. 치유농업 관련 기술을 사업화하거나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치유농업장비·시설·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창업에 필요한 전문 기술·법률 등도 컨설팅 해줘야 한다.

치유농업은 6차 산업과 융합 연계될 때 농업·농촌에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농촌관광, 체험활동, 숙박시설 등을 치유농업과 패키지로 제공하면 체험현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농업인들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도시인들은 아름다운 농촌에서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도시인도 살리고 농촌도 살리고 농업인도 살리는 그야말로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치유효과가 있는 것이다. 성인 4명중 1명이 정신질환경험, 대한민국 자살률 OECD 1위, 청소년 삶의 만족도 OECD 최하위 등 불안한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의 삶에 안정을 줄 수 있는 치유농업의 열풍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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