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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후변화와 농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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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후변화와 농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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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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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습 경북도농업기술원장

미국의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가 2000년 대선에서 재검표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부시에게 패배하고, 전 세계를 돌며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수많은 환경피해를 알린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때까지 인류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 학문적으로 찬반을 논하고 있었다.

경북농업기술원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예상치 못하는 태풍, 폭설, 고온, 저온, 강우, 우박, 서리 등 기상장해가 발생하여 큰 피해와 불편을 초래하고 앞으로 그 빈도수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판단하여 사과, 배, 복숭아 등을 대상으로 서리피해 대책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상관측 이후 태풍피해는 2000년도를 기점으로 이전보다 이후가 70% 이상을 차지하며, 늦겨울과 초봄 사이의 잦은 폭설은 시설농업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또한 평균기온이 상승함에 따른 꽃매미, 열대거세미나방, 붉은불개미 등 외래해충은 국내 농작물과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따라서 농작물과 가축의 생산성이 감소하고 재배적지 변동으로 사과와 여름배추 보다는 커피, 바나나, 망고, 파파야, 백향과와 같은 열대작물을 더 많이 재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탄소배출저감을 넘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으로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2016년 발효된 유엔기후변화협약 195개국의 당사자 협약인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는 등 전 세계의 화두가 됐다.

우리 정부는 2020년 12월 7일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등 3대 정책방향에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를 더한 이른바 탄소중립으로 경제성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농업은 인간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생명산업이다.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농업활동으로 식량을 얻고 농촌생활을 버리지 못한다. 국가 뿐만 아니라 경북농업기술원에서도 비료, 농약,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자연 에너지를 이용하는 친환경 농법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경북농업기술원에서은 기후변화와 이상기상으로 나타나는 기상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저에너지와 저비용으로 농작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경북에는 영양, 안동, 의성, 청송, 예천, 봉화 등 고추 주산지가 있다. 이들 지역은 산지가 많아 이상저온, 서리, 우박, 폭우 등 해마다 기상재해가 끝이지 않은 지역이다.

고추를 재배할 때 부직포를 이용한 터널재배는 통기성 때문에 기존의 비닐을 이용한 터널재배보다 관리가 쉽고 생산성이 높으며 정식 이후 30일, 오염되기 전에 걷어 들여 다시 사용할 수가 있어 많은 농가에서 이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무, 배추, 마늘, 양파 등 식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노지채소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작물생육에 적합한 투광율과 재활용의 밑바탕이 되는 내구성의 한계로 보급이 더디고 있다.

또한 채소뿐만 아니라 참깨, 고구마, 감자, 들깨 등 노지작물 멀칭기술은 잡초억제, 수분유지, 병충해방제 효과가 커 오래 전부터 이용하고 있지만 소재가 플라스틱의 일종인 두께 0.01∼0.03mm 정도의 초박막 폴리에틸렌이라 농작물 재배 중이나 후에 파손, 오염되어 수거가 어려운 실정이다. 멀칭소재인 플라스틱은 우리 농토를 오염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정부의 농업과학기술 연구개발에서는 플라스틱 분해 차원에서 접근하여 주로 전분함량 조절과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개발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확대보급이 어려운 실정으로, 농업현장의 변화무쌍한 기상조건을 고려한 모듈을 개발해야 하기에 앞으로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농업은 작물생리에 기반을 두고 현장의 상황에 맞는 디테일이 필요한 과학기술이다. 그럼에도 농민은 당장 필요하니까 일반 산업용 소재나 자재를 영농에 이용하고, 연구개발은 뒤따라 다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일관된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농업용 필름은 농민이 이용하지만 규제는 산자부 소관이라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처음부터 농작물의 생산성과 내구성 모두 염두에 두고 농자재를 개발 이용하였다면 재활용이나 재이용이 가능하여 지금보다 훨씬 많은 탄소발생을 줄이고 현실적인 농자재 이용기술로 발전하였을 것이다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신용습 경북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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