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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신기독(愼其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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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신기독(愼其獨)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2.1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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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는 유학의 경전 중에서 3언12자를 뽑아서 정성껏 써서, 벽에 붙여놓고 늘 보셨다고 한다.
思無邪 愼其獨 無自欺 毋不敬
(사무사 신기독 무자기 무불경)
생각에 삿됨을 없애고 그 홀로 있는 자신을 조심시키며 스스로를 속임이 없으면 공경하지 않을 일이 없다.공자는 세상에 떠도는 시 300편을 골라 실으며 그것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생각에 삿됨이 없는 것(思無邪)'이라고 말했다. 시들이, 잘 교육받은 교양 있는 입에서 나왔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마다 인간의 본성이 잘 우러나왔다는 의미로 읽힌다. 즉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은 본성을 되찾고 지키는 일이 '사무사'이다.
'신기독'은 대학에 나오는 말인데, 보거나 듣는 사람이 없는 곳에 혼자 있는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생각을 하지 않는 마음과 태도라고 해석해왔다. 옛사람들은 이를 중요한 마음수행법으로 삼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의 약점을 간파한 명언이 되겠지만 진짜 의미는 그것이 아니라, 기(其ㆍ밝은 덕이나 도를 가리킴)가 홀로 있는 것을 삼가한다는 뜻일 가능성이 있다. 홀로 잘난 척을 하지 마라. 그런 경계이다.
'무자기'는 대학의 주석에 나오는 표현인데, 스스로를 추호도 속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쓰면 쉬운 말이고 어렵게 쓰면 한없이 어려운 말이다. 자신이 했던 '말'을 속이지 않는 것, 자신이 세상에 내놓은 정체성이나 학문을 통해 깨달았다고 여긴 것을 속이지 않는 것. 이 정도만 해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무불경'은 예기에 나오는 말로, 정자가 이 책의 키워드라고 밝힌 것이다. 예기 곡례를 보면 수행의 방법을 이렇게 말한다. 공경하지 않을 일이 없으니 깊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엄숙하고 말은 편안하고 분명하게 하며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라. 毋不敬 儼若思 安定辭 安民哉(곡례왈 무불경 엄약사 안정사 안민재). 퇴계는 저 앞의 말들을 통해 이 한마디를 강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공경하지 않을 일이 없다. 경(敬), 한 글자이면 사람들의 본성과 도와 자신이 모두 편안하게 통한다.
누군가는 그랬다. 의원회관에서 책 좀 판 것이 뭐 그렇게 잘못한 것이냐고…. 그랬다. 당시의 상황인식은 대부분 그랬다. 관행처럼 해 온 건데 뭐가 문제냐는 투였다. 시집 강매 논란으로 결국 당으로부터 6개월 당원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의원(청주 흥덕을)의 이야기다.
노 의원은 이 같은 중징계로 인해 사실상 더민주 후보로 20대 총선 출마는 불가능해졌다. 물론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국민의당(안철수신당)행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문재인 대표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는 정말 실행하기 어려운 '수(手)' 다.
사실 시집 강매 논란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다른 의원들도 다 하는데 왜 문제냐는 것이 노영민 의원실의 항변이었다. 관행처럼 뿌리박힌 책 판매가 뭐 그렇게 문제가 되느냐는 식이었다.
문제는 거기에서 시작됐다. 애초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채 국민을 우습게 본 태도가 문제였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야당 3선 의원에다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 지역에서도 그의 향후 역할이 주목되던 의원이었다. 20대 총선에서도 어려움없이 4선 달성이 기대되던 의원. 그러나 겸손할 줄 몰랐던 것. 그것이 화근이었다.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다. 불을 끄려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대국민사과도 하고 국회 상임위원장직도 내려놓았지만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국민사과를 했다지만 달랑 보도자료 한장으로 대체됐다. 당사자인 의원이 직접나서 회견을 해도 모자랄 판에 보도자료로 때웠다. 진정성은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고 검찰 수사는 진행됐다.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당 징계절차도 진행됐다. 결국 결과는 당원자격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로 귀결됐다. 중진의원에다 대표의 최측근인데 중징계가 내려지겠냐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결정이 내려졌다. 당원자격정지는 공천 신청 자격 자체를 배제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정치적 사형선고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정치인들의 이 같은 상황을 흔하게 접해왔다. 정치인의 처신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막말, 보좌진 월급 갈취, 책 강매 등을 거부하는 '10계명'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10계명은 △정치불신을 조장하는 막말 금지 △보좌진의 월급 갈취나 편법 사용, 책 강매 등 정치갑질 거부 △선거 때만 얼굴 비추는 속물정치 거부 △돈 있고 힘있는 사람만 소통하는 태도 거부 △인사청탁 거부 △파당의 볼썽사나운 싸움 거부 △패권정치 거부 △진영논리 거부 등이다. 10계명은 곧 속물정치, 갑질 정치, 패권정치 등 청산해야 할 구시대 유물들을 청산하자는 의지다.
중국의 사서(四書)중 하나인 중용(中庸)에 '신기독(愼其獨)'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혼자 있을 때에도 스스로 삼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퇴계 이황 선생도 이 신기독을 평생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다. 정치인에게 신기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날이 분명히 온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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