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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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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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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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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대형마트·편의점·제과점·커피전문점 등에서 ‘무제한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달콤한 공격적 홍보로 환심을 얻은 전자상품권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은 머지포인트 애플리케이션이 지난 8월 11일 밤 갑자기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포인트 사용처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면서 이용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돈을 날리게 될 것을 걱정한 소비자들이 본사로 몰려가 항의를 하며 환불을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머지포인트를 이용하는 방법은 ‘머지머니’와 ‘머지플러스’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머지머니’는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액면가보다 20% 정도 할인된 가격에 바우처(voucher)와 같은 상품권 형태의 포인트를 구매하여 쓰는 방법이고 ‘머지플러스’는 월 1만 5천 원의 구독료를 내고 가맹점에서 20% 상시 할인을 받아 쓰는 구독형 VIP 멤버십이다.

만약 구독료만큼 할인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그만큼 ‘머지머니’로 환급해주니 사실상 구독료도 무료나 다를 바 없다. 결국 20%를 항상 할인받을 수 있는 결제 수단으로 머지포인트 100만 원어치를 20% 할인된 80만 원에 사서 앱에 등록한 후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20만 원을 할인받는 셈이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맹점은 200여 개 제휴 브랜드에 걸쳐 무려 6만여 개나 된다.

여기에다 ‘무제한 20% 할인’이라는 높은 할인율, 무제한 충전, 이마트·홈플러스 등 폭넓은 가맹점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급성장했다. 현재 앱 가입자가 100만 명에 이르고 일 평균 접속자는 20만 명에 달하며, 거래 규모는 최근까지 월평균 거래액이 300억 ~ 400억 원이나 되고, 발행 포인트 누적 금액은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머지포인트 사태를 되짚어 보면 예고된 참사가 아닐 수 없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에서는 “전자화폐의 발행 및 관리업무를 행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제1항)”, “전자자금이체업무, 직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 전자지급결제대행에 관한 업무 등을 행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여야 한다(제2항).”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함에도 해당 업체인 머지플러스는 3년 가까이 금융당국에 등록도 하지 않은 채 ‘무허가 영업’을 계속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전자금융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은 위법 사실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나 제휴사 그리고 카드사는 물론 6만여 가맹점까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이다.

오히려 운영사인 머지플러스가 “투자 유치를 위해 자사의 사업이 전자금융업에 해당하는지”를 금융감독원에 문의하기에 이르렀고 이 문의에 대하여 금융감독원이 지난주 “전자금융업 등록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라고 답함으로써 뒤늦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실제로 상품권 발행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놓고 사실상의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법 사실을 어느 기관의 어떤 누군가는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챙겨봐야만 했다. 그리고 유연한 선제적 대응책이 나왔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놓친 것은 우리 사회에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신규 플랫폼 사업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명백히 확인시키기에 충분하다.

금융당국은 “머지플러스가 등록 업체가 아니기에 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으며 미등록업체들까지 모두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궁색하게 항변하고 있지만, 감독할 권한은 없다 치더라도 최소한 소비자들에게 주의라도 환기했어야 했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아쉽고 참담한 대목이다.

제휴사인 대형 유통·식품업체들과 금융회사들도 매 마찬가지로 책임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경쟁사들도 다 하니까”라며 적법성을 제대로 따져보거나 확인해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시작부터 자본금 30억 원 규모의 머지플러스로서는 도저히 책임질 수 없는 수익구조였던 셈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제30조(자본금)에 의하면 전자금융업 등록 시 전자자금이체업은 30억 원, 직불전자지급수단이나 선불 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업은 20억 원이 필요하다. 부채비율은 200% 이내여야 하는데 이 기준을 머지플러스가 통과할 정도인지는 미지수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되돌아보면 사용이나 환불이 어려워진 머지포인트를 골목상권으로 전이하는 아픔이 있었다. 이른바 ‘좌표찍기’와 같은 수법으로 이뤄졌는데, 이러한 전이의 중심에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포인트로 결제가 되는 소상공인의 업소를 공유하며, 부실채권으로 변질 가능성이 큰 머지머니를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까지 성행시켰다.

영문도 모른 채 늘어나는 손님 받기에 분주한 소상공인은 졸지에 봉변을 당했다. 심지어는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재료까지 판매하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머지포인트 사태로 드러난 온라인의 민낯이 한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와 나만 잘되고 보자는 행태는 더는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집단지성의 성숙된 시민의식을 키워가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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