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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픈카 음주사고로 여친사망케 한 30대 '살인혐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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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픈카 음주사고로 여친사망케 한 30대 '살인혐의 무죄'
  • 제주취재본부/ 양동익기자
  • 승인 2021.12.16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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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혐의만 인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재판부가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 요청했지만 검찰이 거부
검찰 "살인죄 판단해 기소…판결 면밀히 검토후 항소 여부 결정"
제주지법 전경.
제주지법 전경.

제주에서 렌트한 오픈카로 음주운전을 하다 여자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30대 남성이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살인 혐의는 무죄로 보고, 음주운전 혐의에 관해서만 판단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16일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A씨(34)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160시간과 준법 운전 강의 수강 40시간을 명했다.

A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께 제주시 한림읍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렌터카를 물고 가다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 및 음주운전)로 불구속기소됐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였다.

A씨는 시속 114㎞로 질주하다 왼쪽으로 굽은 도로에서 연석을 들이받은 뒤 도롯가에 세워져 있던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사고 차는 일명 '오픈카'라고 불리는 컨버터블형 차량으로 당시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B씨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가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다 이듬해 8월 결국 숨졌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살인죄도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만으로도 유무죄 판결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범행 동기와 방법, 범행에 이르는 과정 등 여러 간접 증거가 충분할 정도로 압도적이여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간접 증거들은 불충분한 면이 있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원인이 된 전복 등 큰 사고가 발생하면 피고인 또한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그러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는 부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고 발생 도로에는 가로등이 없었고, 술에 취해 인지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의 상태를 고려하면 검찰 측 주장대로 피고인이 현장에서 바로 범행을 계획했다고 판단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며 "피고인은 사고 직후 주변 사람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고 피해자 모친에게 연락했으며, 사고 후 열흘 정도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피해자를 병문안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음주운전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애초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넘길 당시 적용한 위험 운전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피고인 혐의를 살인으로 바꿨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불고불리 원칙'에 따라 재판부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검찰에 A씨에 대한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A씨에 대한 위험 운전 치사 혐의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살인 의도는 없었다고 보고 A씨를 특가법상 위험 운전 등 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카카오톡 문자와 블랙박스 녹음 파일 내용 등을 바탕으로 A씨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봤다.

검찰은 이러한 고의사고의 증거로 차 블랙박스 조사를 통해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A씨가 B씨에게 '안전벨트 안 맸네?'라고 말하고 나서 곧바로 차 속도를 올리다 사고가 발생한 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은 라면을 먹고 싶다는 피해자 요구에 피고인이 운전하게 된 점, 피고인이 사고 전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좌측으로 강하게 돌린 점 등을 들어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맞섰다.

한편 검찰 측은 "증거관계와 법리를 엄정히 검토해 살인죄가 성립되는 것으로 판단해 기소했다"며 "판결 이유를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매일신문] 제주취재본부/ 양동익기자
waterwra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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