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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공지능 시대에 다산에게서 배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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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공지능 시대에 다산에게서 배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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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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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 정치학 박사

정약용은 조선 후기에 탕평책 실패의 후유증으로 강진에서 17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이 기간 중 마재마을 아내로부터 받은 빛바랜 속치마 위에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 하피첩에서 “세상의 의복과 음식, 그리고 재물은 모두 부질없고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옷이란 헤어지고 음식은 먹으면 썩고 재산은 자손에게 물려주면 흩어지고 없어지기 마련이다” 라고 근검정신을 강조했다. 또한 만덕산 다산초당에서는 목민심서를 저술했다. 그는 이 저서에서 목민관의 가장 큰 책무로 근검을 강조하면서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예산을 아껴 쓰는 데 있고, 아껴 씀의 근본은 검소한 삶에 있다. 검소한 이후에 청렴할 수 있고, 청렴한 이후에 백성을 사랑할 수 있다”라고 했고 “직분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새로운 물건이 없고 청빈한 것이 옛날과 같은 것이 최상”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해 독일의 메르겔 총리는 여성으로서 16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집권한 후 자진해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권좌에서 내려올 때에도 68%라는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녀의 퇴임 직전에 한 인터넷에 “남자도 총리를 할 수 있나요”라는 글이 등장할 만큼 독일 정치 현장에서 메르겔의 의미는 크다. 집권기간 내내 그녀는 커트 머리 스타일에 수더분한 옷차림으로 의정을 수행했다. 메르겔은 재임 중 세계사적인 엄청난 업적으로 수식어가 차고 넘친다. 그만큼 직무에 집중하고 충실했던 행적을 볼 수 있다. 직함을 의식하지 않고 외모만 보면 영락없는 중년 여성들의 일상 차림 그대로였다. 이를 두고 독일에서는 ‘무티(multi-엄마)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독일은 1,2차 세계대전의 침략자로서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현재 세계 GDP 4위의 경제대국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 게르만 민족의 근검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메르겔의 처신은 민족성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국가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개인의 인성(퍼스넬리티) 차원이라고 해석함이 옳을 것이다.

현재 전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코메디언 출신 젊은 지도자다. 전쟁을 지휘하고 민생을 챙기는 과정에서 그의 언행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자회견장이나 회의장에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라운드 티셔츠에 활동복 바지 차림이다. 러시아가 젤렌스키 암살을 실행한다는 첩보에 미국이 망명을 제안했을 때 그는 단호히 거절하면서 ‘나는 도피용 수송수단이 아니라 전선에 투입할 탄약이 필요하다’ 고 피력했다. 국가지도자로서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이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해외 체류 교민들로 하여금 총을 들고 고국을 사수하기 위해 귀국하게 하는 파장을 이르켰고, 미국의 타임지는 “역사의 흐름을 바꾼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평했다.

지금 장안이 연일 시끄럽고, 국민들은 허탈해 한다. 영부인 옷을 구매하는데 막대한 공금이 사용되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과거에도 ‘옷로비 사건’으로 서민들은 이해마저 하기 어려운 사건을 겪었다. 정권 말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과한 사안이다.

장마철에 터진 둑의 구멍을 막기 위하여 여기저기 순간적인 미봉책은 결국 둑을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잡스런 변명보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뻥튀기식’ 언론보도 자제하면서 자숙하는 자세야말로 ‘내로남불’국면에서 벗어나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임기를 5년 마치고 행장을 챙겨야 하는 시점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외신들도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연일 바쁘게 타전한다. 참으로 망신스런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출발선으로 채비를 갖추는 진영에서도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피곤하다 못해 일상이 짜증스런 일상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밤세워 골몰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러한 혼란은 우리 민족의 부정적인 민족성에 기인된 것일까 아니면 삼류 정치권의 어리석은 현주소 때문일까. 하지만 우리 민족도 일제 수탈과 글로벌금융위기 사태 등 수많은 국가적 위기에 단결하여 극복한 경우가 무수히 많다.

새봄을 맞아 민초들은 일상과 안전을 책임지는 정치권에 원하는 목소리가 무엇인지 귀담아 크게 들어보라는 이백 년 전 다산의 충고가 귓전에 맴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김응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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