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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묵은지쌈·무꼬지쌈등 봄날 한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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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묵은지쌈·무꼬지쌈등 봄날 한상 소개
  • 박문수 기자
  • 승인 2022.04.28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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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1
사진=KBS1

21일 KBS1 '한국인의 밥상' 559회는 '봄날의 쌈 한상' 편이 방송된다.

봄맛을 한가득 감싸 넣은 향긋한 쌈의 향연. 입안에서 펼쳐지는 맛의 축제. ‘한국인의 밥상’에서 각양각색의 재료가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의 음식, 쌈을 만나다 

바다의 품으로 감싸다 - 전북 고창 

철마다 최고의 바다를 찾아다니는 어부, 양경만 씨가 나선 곳은 포근해지기 시작한 고창 앞바다. 힘 좋은 참숭어와 산란기라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갯가재, 귀한 생선 도미까지, 봄 손님이 줄줄이 배에 오른다.

너른 품의 바다에 기대 살아가는 어부들, 양경만 씨에게는 또 하나의 너른 품이 있다. 50년간 바다를 누벼온 아버지. 10년 전, 후두암으로 목소리를 잃은 아버지는 곁에서 말없이 아들을 챙기는 동료이자 스승이다.

새벽부터 바다 손님 맞느라 정신없는 어부 가족은 매일 첫 끼니를 배위에서 뚝딱 해결한다.

이들에게 최고의 요리는 단단한 도미 살점을 새콤한 초장에 푹 찍어 상추와 미역에 싸먹는 쌈이다. 신선한 생선과 쌈 재료만 있으면 바다 한가운데도. 배 위도 근사한 만찬 장소가 된다. 봄 바다가 가득 담긴 쌈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는 사이좋은 가족. 말없이도 진심을 전하는 음식, 쌈에 담긴 넉넉한 마음을 만난다.  
 
뭉치면 살아나는 맛과 정, 봄날의 쌈 - 경남 의령 

의령의 자굴산 기슭에서는 밭 미나리 수확이 한창이다. 물이 좋아 밭 미나리도 잘 되고 집집마다 우물이 있다는 유서 깊은 곳. 여전히 일손을 보태고 음식 품앗이를 하는 게 당연한, 물 좋고 인심 좋은 가례마을이다.

여기에 시집와 철마다 손맛 풍맛이를 한다는 남계복 씨. 특히 봄철이면 물맛 좋아 저절로 맛이 난다는 이것을 만들어 나눈다는데- 달아난 봄철 입맛을 저절로 돌아오게 한다는 음식, 과연 무엇일까.  

첫 번째는 봄철 쌈 밥상의 숨은 주인공, 쌈장이다. 배고프던 시절, 보리타작한 뒤 나온 껍질마저 아까워 메주를 만들고 구워 만든 보리등겨장이다. 불맛을 더한 구수한 감칠맛에 계속해서 쌈을 싸게 만들던 밥도둑 반찬. 어르신들 밥상에 고기반찬 떨어지지 않게 고추장에 다진 고기를 섞어 만들었던 육고추장과 보드랍게 빻은 칠게장에 보리풀을 섞은 칠게보리쌈장은 대대로 만들어온 쌈장이다.

입맛대로 골라먹는 쌈장 삼총사는 노릇노릇 바로 구워낸 석쇠 불고기와 환상의 궁합이다. 산해진미를 한 번에 즐기도록 배추로 폭 감싼 보김치와 남도의 손님대접 별미인 닭육회 더덕말이까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쌈장용 장과 신선한 채소에 손수 만들어 먹는 놀라운 음식. 주고받는 쌈 하나에 한 식구가 되는 마법 같은 쌈 밥상이다.  

봄맛이 꽃 피다, 산사의 쌈 밥상  - 전남 순천 

자애로운 어머니의 품 같은 모후산 자락. 산중생활을 하며 자연식을 연구해온 산공스님이 봄나물 채취 울력에 나섰다. 자연이 베풀어준 보시의 나물들. 겨울을 이겨낸 배추와 떨어진 목련꽃잎마저 스님에게는 귀한 식자재가 된다. 봄이 내어준 신선하고 아름다운 맛들이 어우러져 꽃으로 활짝 피어난 산사로 가본다.  

스님이 주워온 자목련 꽃잎 위에 오방색 채소들을 올리면 찬란한 봄꽃이 된다. 흠집난 사과도 스님의 손끝에서는 쌈의 이파리가 된다. 자투리 채소를 올리면 완성되는 아삭아삭한 한입 쌈. 고기를 먹지 않는 스님에게 가장 요긴한 재료는 두부다.

으깬 두부와 견과류를 듬뿍 넣어 소를 만든다. 고소한 맛과 영양까지 유부 주머니에 한가득 넣으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의 복주머니가 탄생한다. 봄이면 산천을 뒤덮는 머위꽃과 이파리도 최고의 쌈 재료. 유독 산사가 많은 우리나라, 채식을 해야 했던 스님들에 의해 산나물 쌈이 다채롭게 발달을 했다고 한다. 자연이 내어주는 선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스님은 1년 묵은 새콤한 김치 하나로도 훌륭한 쌈을 만든다. 이파리가 겉재료, 줄기가 속재료가 되어 남김없이 싸낸 묵은지쌈. 쌈 하나에도 생명을 중히 여기는 수행과 보시의 마음이 담긴다. 입 안에서 찬란한 꽃을 피우는 건강하고 다채로운 맛. 함께 나눌수록 더없이 풍성해지는 산사의 쌈 밥상이다.  

간절한 염원을 담다 - 전북 고창 

신선한 채소에 손수 쌈을 싸먹는 건 오래된 우리 고유의 문화. 14세기 원나라 시인이 고려의 채소 쌈을 극찬했을 정도다. 게다가 우리 선조들은 오래전부터 쌈 음식에 간절한 염원까지 담아왔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고창의 한 마을로 향한다. 봄이 오면 마을 농부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봄철 춘궁기의 보물창고, 저수지에서 그들이 부지런히 줍는 것은 바로 토종 참우렁이. 농부들 기력 보충에 이만한 것이 없단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두고 마을 잔치를 펼쳐질 참이다. 마을 전체가 한 식구처럼 기대어 살아가는 농촌 마을, 쌈으로 하나 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우렁이 손질도 여럿이 힘을 모아 한다는 성두마을 사람들. 월동을 끝내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참우렁이는 갖은 채소와 새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려 쌈과 함께 즐긴다. 전라도 마을 잔치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삭힌 홍어. 삼겹살을 푹 삶아낸 부드러운 수육 위에 곰삭은 홍어 한 점과 쫄깃한 관자로 만든 삼합은 최고의 잔치음식이 된다. 귀한 보양식재료인 민어 중에서도 이 마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껍질. 상추나 김처럼 쌈을 싸서 먹는데 옛 선조들도 헤어날 수 없었다는 고소한 별미다. 이 마을에는 오랜 쌈의 전통이 있다. 곡식단인 ‘노적’과 비슷하게 생긴 나물쌈을 싸먹으며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다. 간절한 염원을 한가득 싸낸 맛의 보따리와 힘이 절로 솟는 보양 쌈들로 맛의 축제가 펼쳐진다.  

모두에게 활짝 열린 맛, 온고지신의 쌈 - 전북 정읍 

문 닫은 학교를 새로운 어울림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김두경, 김귀옥 씨 부부를 찾아간다.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이곳에선 아이들 대신 장독대 속 장아찌들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 옛 음식도, 새로운 재료도 내치지 않고 포용하는 음식, 쌈이 바로 어버이의 품 같다고 말하는 부부. 옛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로운 어울림의 쌈 밥상을 차려낸다.  

짭쪼름하고 부드러운 불새장아찌를 보자기처럼 펼치고 질경이장아찌, 계약장아찌와 흰 밥에 쫄깃한 박대찜을 올려 쌈밥을 만든다. 이 학교 출신인 동네 어르신들에겐 학창시절이 떠오르는 추억의 음식이다. 반가음식인 누르미와 비슷한 형태인 무꼬지쌈. 소금에 절인 무에 소고기를 말고 찌고 또 다시 지지면, 손이 많이 가는 만큼 맛도 깊어진 무꼬지쌈이 완성된다. 전통음식 연구가인 김귀옥 씨의 손 위에서 쌈은 새로운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이맘때가 제철인 주꾸미를 데치고 알싸한 향의 갓잎 위에 새콤달콤 미나리 겉절이와 올리면 그 색다른 어울림이 새로운 맛의 세계를 열어준다. 우리 전통음식이지만 새로운 시도에도 활짝 열려있는, 네 편, 내편 할 것 없이 한데 어우러지는 맛. 쌈에 담긴 융합의 정신과 넉넉한 품을 만나본다. 

한편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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