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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연령 낮춰야" vs "발달단계 고려해야"…학제개편안 찬반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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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연령 낮춰야" vs "발달단계 고려해야"…학제개편안 찬반논란 가열
  • 홍상수기자
  • 승인 2022.07.31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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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5세 취학저지 범국민 연대', 내일 철회 요구 기자회견
경기 수원시 권선구 소재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매DB]
경기 수원시 권선구 소재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매DB]

교육부가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2025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학제가 바뀌게 된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가(성인기에 비해) 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취학연령 하향은)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또 예전보다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높아지고 전달 기간도 빨라져 현재 12년간의 교육 내용이 10년 정도면 충분하다고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취학연령 하향으로 입직연령(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나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전 대구교육감)은 "시행하는 데는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입직 연령을 낮추기 위해 취학 연령을 낮추는 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교육 시대이고 지식 정보가 워낙 빠르게 변하는데 중등교육·고등학교에 학생들을 너무 오래 잡아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련단체와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훨씬 우세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제 개편은 특정 시점의 학생이 두 배까지 늘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 수급의 대폭 확대, 교실 확충,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한 살 많은 아이와 경쟁해야 하는 점 때문에 호응이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지금도 1년 일찍 입학할 수 있다"며 "하지만 2009년 9천707명이던 조기 입학은 2021년 537명으로 감소했다. 한 살 많은 형이나 언니들과 함께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취학연령 하향 조정은 산업 인력 공급 차원에서 이야기되곤 했지만, 특정 연령의 교육적·경제적 피해와 손실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청소년들을 직업 전선에 1년이라도 빨리 내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장과 기업의 가치에 매몰된 국정운영 철학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령별 발달과정에 맞지 않는 교육 환경과 이에 적응하지 못해 받게 될 아이들의 교육적 부작용,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교육부 학제개편안이 나오자마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의 단체는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 연대'를 결성하고 다음 달 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학제개편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사립 유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는 "교육 현장과 실질적인 이용자인 학부모,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정교하고 지속적인 의견 수렴 과정과 연구 과정 없이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정책을 느닷없이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 5세 유아는 전체 유치원 유아의 40∼5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유치원의 주요 교육 대상"이라며 "강경 추진한다면 정권 초기의 엉뚱하고 다급한 발상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매일신문] 홍상수기자
HongSS@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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