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름세 심리 꺾일 때까지 금리 인상 기조 유지 전망
7월 물가도 6.3%가 올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오는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5.4%) 5%대에서 한 달 만에 6.0%(6월)까지 치솟은 뒤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물가 관리를 제 1목표로 삼는 한은 입장에선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에서도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 수준(4.5%)을 상당 폭 상회하고, 올해 경제 성장률은 전망 수준(2.7%)을 소폭 하회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는 물가 리스크(위험)가 더 크고,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한은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6월(3.9%)보다 0.8%포인트(p)나 더 올랐다.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상승 폭도 2개월 연속 최대 기록을 세웠다.
물가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이달 25일 열릴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한국(2.25%)보다 높아졌다.
이처럼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한은은 '2개월 연속 빅 스텝'보다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 지침)' 차원에서 이미 여러 차례 0.25%포인트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전날 국회에서도 다시 "유가 등 해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상승세가) 2∼3개월 지속된 뒤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본다"며 "(이 기조가 유지되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서민·기업의 이자 부담과 소비 위축,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총재도 "물가가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나면, 금리 인상의 폭과 크기를 그때 가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 빅 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추가 빅 스텝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베이비 스텝과 빅 스텝을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국제 유가가 꼽힌다.
한은은 이날 7월 소비자물가 발표 직후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연 뒤 "7월 상승률(6.3%)이 6월(6.0%)에 이어 6%대를 나타냈는데, 이는 지난달 금통위 회의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국매일신문] 홍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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