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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세 모녀 생활고 아무도 몰랐다...尹 "특단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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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세 모녀 생활고 아무도 몰랐다...尹 "특단 조치"
  • 한영민기자·수원/ 박선식기자 
  • 승인 2022.08.23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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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에 월세도 제때 못내·건보료 16개월 체납
지자체서 직접 방문했으나 전입신고 없이 이사한듯
尹 대통령 "복지정보시스템 작동 안되는곳 조치 필요"
김동연 "도지사 핫라인 등 실질적 운영 방법 찾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의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는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수원시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21일 오후 2시 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여성 시신 3구가 발견됐다.

경찰은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이들이 해당 주택에 살던 60대 여성 A씨와 40대 두 딸이며,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고, 두 딸 역시 각각 희귀 난치병 등을 앓고 있어 일상생활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게는 아들도 한 명 있었으나 병을 앓다가 2019년 숨졌으며, 남편 또한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돼 사망했다고 한다.

A씨 등에게는 채무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보증금 300만원에 40여만원인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세 모녀에게 도움을 줄 친척이나 이웃 등도 없었다. A씨 등은 대부분 바깥출입 없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은 지자체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 가족은 10여년 전부터 화성시에 있는 지인 집에 주소 등록을 해 놓은 상태에서 2020년 2월 수원의 현 주거지로 이사했는데, 당시 전입신고는 하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A씨의 보험료 16개월 분 총 27만원 상당이 체납된 사실을 화성시에 통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화성시는 A씨의 주소지로 등록된 기배동 집에 보험료 체납 사실과 복지서비스 안내가 담긴 우편물을 보냈다.

이후 기배동 주민센터 직원이 지난 3일 직접 A씨의 주소지로 방문했으나, 주민들로부터 "A씨는 여기 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만약 자신들의 어려움을 알렸다면 상황에 따라 월 120여만원의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 의료비 지원 혜택, 주거 지원 등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들이 만약 전입 신고를 했다면 통장이 확인 방문을 해서 이들의 어려움을 파악해 생활 서비스 상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그런 주거지를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먼저 모두발언을 통해 "수원 다세대에서 세 모녀가 중증질환과 채무에 어려운 삶을 이어가면서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했다"고 운을 뗐다.

'특단의 대책'에 대해 "중앙정부에서는 이분들을 잘 찾아서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자치단체와 협력해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국민들을 각별히 살피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수원시 권선구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는 등록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랐던 탓에 이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벼랑 끝에 선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을 때 그래도 도지사에게 한번 연락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책해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도지사로 일하고 있는 경기도, 제가 사는 수원시에서 세상을 떠나야 했던 세 모녀의 소식을 접하고 견딜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다"며 "이웃과 친지 그리고 복지행정과도 연락을 끊었던 1년여 동안 세 분이 느꼈을 외로움과 절망을 상상해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법을 찾겠다. 아니 반드시 찾아야 한다. 공직사회의 상상력을 뛰어넘기 위해 도민들의 의견과 제안도 폭넓게 받겠다"고 강조했다.

[전국매일신문] 한영민기자 
han_YM@jeonmae.co.kr
수원/ 박선식기자 
sspark@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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