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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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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시란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10.1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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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란
                 - 박미화作

삶의 경계를 때론 넘어선
가방 속 풍경
꽃이 될 오르가즘이다
 
운한의 말로
누군가의 등대이고 싶은
고독을 탁본한 무거운 짐
 
시란
만근의 질문과
나침판 없이 가는 길
 
태워도 재는 없다
나침판 없이 가는 길
돌을 키우는 일이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무지개의 본형은 둥글다. 
하지만 무지개의 둥근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지구의 반쪽에 가려 언제나 반쪽만 보여준다. 

분명 둥근 데 반쪽만 보이는 무지개, 시가 그렇다. 
시란 삶에서 일어난 모든 것이 그려지는 언어의 꽃인데 아무도 시의 정답을 내놓지 못한다. 

살아있으므로 시는 정답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시의 정답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하늘 높이 올라가 무지개를 본다면 원형을 볼 수 있으나 그곳에서는 햇빛의 각도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1천 킬로가 넘는 남미의 엥헬폭포에서는 조금 더 원형을 볼 수 있으나 전부를 보지 못한다. 

시도 전체를 보는 방법은 있다. 
인간의 삶 전체를 숙달하고 하늘과 땅의 원리를 전부 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삶에 천착된 모든 것의 정서나 사상 등을 운율을 지닌 함축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시라고 한다면 시는 분명 삶의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삶 속의 정서와 사상 속에서만 보인다. 

박미화 시인은 시란 나침판 없이 가는 길에 돌을 키우는 일이라고 과감하게 말한다. 

삶의 경계를 넘어선 가방 속 풍경이며 꽃이 될 오르가즘이라고 한다. 

시는 분명 꽃인데 피워내는 사람마다 다르고, 다름에 따라 모습이 다른 꽃이다. 

향기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돌멩이가 되어 발등을 때린다. 
그래서 시를 쓰며 고민하고 수많은 시간을 고통으로 보낸다. 

그러나 시 쓰기를 멈추는 시인은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언어의 꽃으로 피워내기 위하여 수 없이 체험하고 험난한 길을 간다. 

그래서 시는 위대하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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