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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서관, 책과 당신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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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서관, 책과 당신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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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25 10: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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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빈 성남시 도서관지원과장 

십수 년 전, 두 아이들이 한창 공부하던 시기에 주말 아침과 시험기간이면 도서관 개관전부터 문 앞에서 줄을 서는 것이 일상이었다. 집에서는 공부가 안된다는 아이들을 대신해 열람실 좌석표를 받기 위해서였다.

언제부턴가 도서관의 줄은 점차 사라졌고, 대신 카페에서 책과 노트북을 펼쳐 든 학생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한때 24,118명(2019년)에 달하던 성남시 도서관 1일 방문객은 12,151명(2021년)으로 절반가량 줄었고, 열람실 이용률은 그보다 훨씬 많은 72%나 급감했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점은 시민들이 책을 멀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연간 도서 대출건수는 4,393,901권에 달했고, 특히 상호대차 이용은 연간 1,115,157권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상호대차’란 각 도서관에 비치된 모든 도서를 인터넷으로 조회하고, 내가 원하는 도서관을 통해 대여하는 서비스의 명칭이다. 관내 15개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이 서로 보유 도서를 대차하고 운반해주기에 시민들은 일일이 책을 찾아 돌아다니거나 다른 이용자의 반납을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르고 편안하게 원하는 책을 받아볼 수 있다.

도서관 이용자가 감소함에도 도서 대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책을 읽는 공간이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누군가는 출근길에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보고, 다른 누군가는 팬더믹을 피해 집에서 혼책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물론 어디서, 어떻게 책을 본다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필자는 코로나의 끝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다시 도서관을 찾아보기를 조심스럽게 요청해본다.

현대 도서관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무사시노 미대 도서관의 설계자 후지모토 소우스케는 도서관을 구성하는 궁극적인 요소로 ‘책, 서가’와 더불어 ‘빛과 공간’을 꼽았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도서관들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높은 층고와 세련된 인테리어는 물론 밝은 빛을 도서관으로 끌어들여와 마치 전망 좋은 카페나 갤러리를 연상케한다. 그래서그런지 뷰가 좋고 편안한곳엔 언제부턴가 특색있는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성남시에서도 현재 건립 중인 수내도서관과 대장도서관의 배치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학습을 위한 열람실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구내식당을 없애는 대신 커뮤니티 시설과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에 반영했다. 또한 20년 이상되는 도서관도 방문과 벽체를 없애는 개방형 공간과 체험 공간 확대는 물론 첨단 기능을 탑재한 시스템과 어린이 독서공간의 차별화를 꾀하는 정책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가기 전 가족과 함께 집 근처 도서관을 찾아보면 어떨까? 육아에 지친 부모라면 로봇과 드론을 체험할 수 있는 판교어린이도서관이나 우주와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는 중원어린이도서관을 추천한다. 아이들이 자연스레 책과 친해지는 기회를 만들 수 있고, 체험에 몰두한 얼마간 나만의 시간도 허용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이종빈 성남시 도서관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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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준 2022-09-26 10:34:37
갑자기 도서관에 가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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