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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세계 최초의 온실은 우리나라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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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세계 최초의 온실은 우리나라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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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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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시사철 원하는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온실은 농업기술의 혁명이라 불릴만하다. 역사속에 기록된 세계 최초의 온실은 1619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난로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앞선 1450년경 조선초에 이미 온실을 만들었다. 독일 온실보다 약 170년이나 빨리 세계 최초의 온실을 만들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세종시대의 의관(醫官)이었던 전순의(全循義)가 저술한 ‘산가요록(山家要錄;1459년)’은 가장 오래된 농서로 작물, 축산, 양잠, 식품 등 229가지의 조리법이 수록돼 있다. 조선 초의 식생활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는데 산가요록 내용 가운데 ‘동절양채(冬節養彩)’ 편에서 겨울에 채소를 키우는데 필요한 온실건축법이 수록돼있다.

전순의의 온실건축법은 온돌을 짓고 온돌 위에 약 45㎝ 이상 높이의 흙을 덮어 배양토를 만들어 그 위에 종자를 심는다. 이때 아궁이에서 만들어진 연기는 굴뚝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인위적으로 땅을 덥히는 이러한 방법을 ‘지중가온’이라고 한다. 이 온실에는 남쪽 면을 제외한 삼면을 진흙과 볏짚으로 만든 흙벽돌로 쌓았다. 남쪽 면에는 45°의 채광창을 만들어 통풍과 햇빛이 잘 들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경사진 지붕을 통해 많은 양의 햇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추운 날에는 살창 위에 두꺼운 거적(날개)을 덮어 온실 안의 온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한지(韓紙)를 통해 습기가 잘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장점이었다.

이 온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채광창인데 들기름을 먹인 한지로 만들었다. 들이치는 빗물을 감당할 수 있고, 빛 투과율이 높아 온실 내로 많은 햇볕을 투과시킬 수 있었다. 외부에만 붙인 것이 아니라 내벽에도 도배를 해 실내에 햇볕이 골고루 반사되게 만들었다.

기름 먹은 한지는 습도 조절 기능도 있었다. 온실은 외부와 내부의 온도 차이로 인해 새벽에는 이슬이 맺히게 된다. 이슬은 햇볕을 차단하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작물에 떨어지면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하지만 기름 먹은 한지는 방수성과 투습성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작은 수증기 입자는 한지를 통해 실외로 배출됐고, 이로 인해 온실 내부에는 이슬이 맺히지 않았다.

그가 고안한 온실은 능동적으로 습도를 맞추도록 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가마솥에 물을 끓여 가마솥과 온실 안을 연결하는 관으로 수증기를 공급해 온실안의 습도를 자연히 올라가게 했다. 차고 건조한 우리나라의 겨울에 알맞도록 실내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 것이다.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 적절한 습기는 필수적이다. 이를 그는 공중가온법이라고 불렀다.

조선온실은 실제로 민간까지는 보급되지 않았다. 기름을 칠한 한지도 그렇고, 온돌을 덥힐 난방용 땔감도 일반 백성의 살림집에서는 부담하기가 매우 버거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기른 꽃과 채소는 주로 왕실에 보급되었다. 조선시대의 왕들은 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를 맛보고 아름다운 꽃향기를 맡았던 것이다.

이 온실은 계명문화대학교 김용원 교수에 의해 경기도 양평 세미원에 복원됐다. 복원된 온실에는 무, 상추, 시금치 등의 채소를 심었다. 온실의 위치별 온도와 습도를 측정한 결과 온돌 위 지중 온도는 20℃ 이상의 지속적인 보온 효과가 있었고 실내 온도는 10℃ 이상이었으며, 온실 내 습도도 수증기를 유입시켰을 때 온실 내부가 온실 밖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에 심은 채소도 무리 없이 잘 자랐다. 조선의 온실이 온돌과 태양광을 이용하고, 채소를 키우는 영농기술을 접목한 창의적인 인공온실임을 증명한 셈이다. 조선온실은 또 현대 온실의 최대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결로 현상도 없었으며 석탄을 떼는 하이델베르크 온실에 비해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이렇든 조선온실은 온실의 3대 조건인 난방, 가습, 채광을 모두 갖춰 현재의 온실공법과 비교해도 놀라울 정도의 과학적 창의성을 보여준다. 첨단 온실인 스마트팜의 원조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우리 조상에 대한 자긍심이 생겨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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