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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정치인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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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정치인의 단면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6.03.29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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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대구시당이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유승민, 주호영, 류성걸, 권은희 후보에게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담긴 액자를 반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새누리당 대구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 명으로 내보내진 이 공문에는 짤막하게 두 줄로 ‘2013년 6월 새누리당 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에 배부해 드린 ’대통령 존영‘을 오는 29일까지 대구시당 으로 반납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대통령 사진이 뭐라고 이 난리를 치는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이해 못할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지만 이번엔 옹색하다 못해 졸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애쓰 외면하면서 까지 무리하게 공천장을 준 그들만의 사람들이 풍전등화 같은 신세로 몰리자 애가 타는 모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같은 사진 반납요구소동으로 민심을 더 멀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의 사진에도 저작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국민의 한사람인 무소속 후보자가 국가원수의 사진을 걸어 놓는 것이 지탄 받을 일인지 도데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자들의 이같은 조바심은 지역민들로 하여금 비겁하다는 생각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나아가 아직까지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위상에도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역에서는 일부 당원들조차도 과도하다 오버다라며 혀를 찬다고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당장 주호영 의원 측은 시당은 시당대로 알아서 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알아서 하겠다며 우리가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도 아닌데 반납할 이유가 없다며 반납불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한다.
또 이 지역의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보자와 관련이 있는 한 인사는 정 그럴거면 와서 가져가라며 잘못된 공천도 억울한 일인데, 대통령 사진을 반납하라는 사고가 제대로 된 사고냐며 도대체 대구시당 선대위원장이라는 사람들은 무슨 정신으로 이 같은 발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고 하니 지역 정치권 갈등이 장난이 아닌 모양이다.
이같은 결정을 내린 선거대책위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한창 불붙고 있는 무소속연대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것이다. 위원들의 면면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지역에서 제대로 된 선거를 치러본 인물이 별로 없고 지역을 잘 알지 못해 지지율도 끌어올리지 못하는 당사자가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제 초선에 도전하는 후보도 있고, 당원들이 보면 개가 웃을 일이다. 총선 어찌 치를지 걱정도 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구성한 4월 총선 선거대책위원회를 살펴보면 공동선대위원장에 윤재옥, 조원진, 서상기, 김문수, 정종섭 등 5명의 이름이 공동선대위원장에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정종섭 후보의 이름이 특이하다. 초선을 바라보는 후보자가 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린걸 보니 친박 실세가 확실한 모양이다. 지역 선거판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 텃밭,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콘크리트 지지층, 묻지마 1번, 무수한 수식어가 붙은 이곳,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으로 지역에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깊어졌다. 아마도 공천과정을 지켜 본 지역주민들은 투표를 거부할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을 것이다. 참으로 씁쓸한 정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비참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제 선거일 까지 14일 남았다. '친박의, 친박에 의한, 친박을 위한 공천'이 얼마나 지역민들의 표심을 움직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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