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용' 비판에 "선거 생각했다면 더 속도냈을 것" 반박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의 활용도를 높이는 이른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전담할 기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오 시장이 2007년 발표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후속으로, 10여 년 전 자신이 사퇴한 후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무산된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유럽 출장 중이던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출장에 동행한 국내 기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시장이 바뀌더라도 한강변이 시민에게 사랑받고 활용도가 높은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지속 가능한 공식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5년 전 한강르네상스가 철학을 달리하는 후임 시장(박원순)에 의해 거의 무화(無化)하는 바람에 10년 동안 한강변에 큰 변화 없었다"며 전담 기구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강르네상스는 한강공원 정비·생태공원 확충 등의 성과를 냈지만, 대표 시설인 세빛섬(옛 세빛둥둥섬)은 2011년 오 시장의 중도 사퇴 후 3년간 운영이 중단됐고, 서울항 조성 사업은 무산됐다.
세빛섬은 2011년 5월 부분 개방했지만 그해 8월 오 시장이 사퇴한 후 운영사 선정 취소 등 내부 문제가 불거지면서 방치되다시피 했다. 이후 시와 최대 출자자인 효성이 운영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약 3년 만인 2014년 10월 다시 문을 열었다.
오 시장은 "세빛섬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후임 시장은 선거운동 때부터 세빛섬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수십만명이 이용한 상황에서 3년간 문을 걸어 잠그고 깜깜하게 놔둔 것은 냉정하고 잔인했다"며 "시민에게 잘못된 재앙과도 같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앞서 제2세종문화회관에 시민을 위한 전망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세빛섬에도 누구나 옥상에서 무료로 전망을 즐기도록 동선을 확보해놨는데 영업을 못 하게 하는 바람에 이제 와 다시 그 동선을 살리라는 말을 못 하겠더라"며 "(민간 투자사인 효성이) 시에 소송을 제기해도 할 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강 사업 전담 기구 아이디어는 이번 출장 기간 방문한 독일 함부르크시의 하펜시티 프로젝트에서 얻었다고 했다.
오 시장은 "하펜시티 주식회사를 만들어 20∼30년 정도 계획을 갖고 꾸준하게 일관되게 수변개발을 해왔다는 사실에서 큰 인사이트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서울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 내 한강사업본부 신설과 별도 법인 건립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별도 법인 가동에는 최소 1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지만 SH공사 한강사업본부는 상당히 빠른 템포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여러 개를 동시에 추진하는 별도 독립 조직을 만들면 이익이 남는 사업에서 얻은 흑자를 적자 사업에 투입할 수 있어 특혜 시비가 사라지고 민간에서 걷어갈 이익을 고스란히 시민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강 프로젝트 대부분은 대선이 있는 2027년 이전 착공한다. 이를 두고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오 시장은 "대선을 염두에 뒀다면 사업을 잘게 잘라서 투자심사 등 절차를 우회해서라도 더 빨리 진행했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착공 속도가 내 성에는 차지 않지만 정상적·합리적으로 모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가 가진 가장 큰 밑천이 한강"이라며 "현재 계획하는 것도 부족하다. 어떤 아이디어도 포용해 한강을 활용해 시민 행복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임형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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