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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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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4.1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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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인의 빈곤도가 세계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노인만큼 열심히 일을 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미국이나 독일 등에 비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이 돼서도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 언뜻 보면 좋아 보이고 바람직한 현상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그렇지가 않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국가 중에서도 압도적인 1위다. 더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인빈곤율이 감소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나라 노인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열심히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노인 자살률과 우울 역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1위라는 참으로 부끄러운 오명까지 감안하면 한국은 노인들이 살기에 너무도 가혹한 국가로 단정지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우리나라 노인들이 빈곤해진 것일까? 가장 큰 사유는 미성숙한 공적연금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 국민연금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가 받는 월평균 수령액은 겨우 32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1인가구 한 달 최저생계비인 62만 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액수이다. 말 그대로 용돈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실질적으로 생활이 가능한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가입기간에 따라 연금수령액이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단순히 산술적인 평균으로 현행 연금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연금의 가장 중요한 빈곤방지의 기능을 현재 상태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명목상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로 여타 선진국에 비해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4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결국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우선 현행 기초연금의 수령액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소득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월 10만-20만 원의 수당성 연금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수령액이 너무 작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큰 보탬이 되기 어려운 수준이며 이마저도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고 있어 20만 원을 모두 받는 노인은 전체 노인 중에서 40%에 불과하다. 중요한 점은 기초연금은 전액 조세로 충당되기 때문에 향후 노인인구 증가와 그 누적인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재원마련 대책과 치밀한 제도설계가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
또 다른 대안은 역설적이게도 노인 빈곤문제의 해결은 결국 노인일자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이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노년기 경제활동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노인일자리를 활성화하고 양적·질적인 내실화를 꾀하는 것이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과거와 달리 노인들의 건강수준과 수명이 증가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자립을 넘어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자기유용감을 제고하며 사회관계망을 넓히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노인의 욕구와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신규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고용안정성을 높여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물론 경제활동이 어려운 노인에게는 적절한 선별적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빈곤의 사각지대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더불어 고령자의 노동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들이 고용시장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2020년 건강수명을 75세로 높이고, 2030년까지 노인 빈곤율을 30% 이하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주택연금과 농지연금 가입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될 순 없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기초연금의 누수 방지·제도 보완 △중년층 퇴직자 기술 재교육 △고령자 일자리 창출·사회 참여 확대 △노인 건강관리·의료시스템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히트곡 ‘백세인생’은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노인 문제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한다.
많은 노인이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을 방치한 채 정부와 정치권이 주장하는 민생 목소리를 누가 믿을 것인가? 국가적 수치인 OECD 최악의 노인 빈곤 해결은 ‘한강의 기적’을 일군 우리 어르신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국민행복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의 진정성 확인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 노인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준비하느냐, 방치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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