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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자 300만 명, 원리금 갚느라 '최소생계 유지'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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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자 300만 명, 원리금 갚느라 '최소생계 유지'도 어렵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3.07.0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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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가계대출 DSR 분석…가계대출 175만 명,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 커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3년반 내 최고 "고금리에 따른 소비위축 등 경기 타격"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에도 가계대출이 계속해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가계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에도 가계대출이 계속해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가계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가계대출자 약 300만 명이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겨운 상태이며, 이중 175만 명은 아예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아 소비 여력이 '제로(0)'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코로나19 3년을 거치면서 부동산·주식 등 자산 투자와 생활고 등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고 잇따른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모두 1천977만 명,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은 1천845조3천억 원에 이른다.

가계대출 현황.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가계대출 현황.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차주 수와 대출 잔액이 각 4만 명, 15조5천억 원 줄었지만, 감소율은 0.2%, 0.8%로 미미했다.

1인당 평균 대출잔액도 3개월 사이 9천392만 원에서 9천334만 원으로 0.6%(58만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3%로 추산됐다. 2018년 4분기(40.4%) 이후 4년 만에 지난해 4분기(40.6%) 40%대로 증가한 뒤 유지중이다.

가계대출 DSR 구간별 차주 수 비중 추이.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가계대출 DSR 구간별 차주 수 비중 추이.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1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대출자들은 평균 연 소득의 40% 정도를 금융기관에서 진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DSR이 100% 이상인 차주도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175만 명(1천977만 명 중 8.9%)에 이르는 가계대출자의 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소득보다 많다는 의미인데 이 비중은 2020년 3분기(7.6%) 이후 2년 6개월 동안 계속 오르고 있다.

DSR이 70% 이상, 100% 미만인 대출자(6.3%·124만 명)까지 더하면 DSR 70% 이상 대출자 수는 299만 명(15.2%)까지 불어난다.

보통 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 정도면 최저 생계비만을 빼고 거의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결국 현재 거의 300만 명의 대출자가 원리금 부담 탓에 생계에 곤란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 다중채무자 DSR 구간별 차주 수 비중 추이.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가계대출 다중채무자 DSR 구간별 차주 수 비중 추이.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차주 수가 아닌 대출잔액 기준으로는 DSR 70% 이상인 가계대출의 비중이 1분기 말 현재 41.4%(70∼100% 12.2%+100% 이상 29.2%)에 이른다.

여러 곳에서 최대한 돈을 끌어 쓰고 소득과 신용도까지 낮은 대출자들의 DSR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1분기 말 226만 명으로 작년 4분기와 같았다.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과 1인당 평균 잔액은 각 31조2천억 원, 1억2천898만 원으로 추산됐다. 3개월 사이 2천억 원, 152만 원 줄었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은 62.0%로, 직전 분기보다 0.8%포인트(p) 떨어졌지만, 여전히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할 처지다.

다중채무자 수와 대출 잔액의 각 29.1%(129만 명), 53.5%(307조8천억 원)가 'DSR 70% 이상'에 해당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차주'의 경우 1분기 말 현재 DSR이 평균 67.0%였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이 3개월 사이 7천474만 원에서 7천582만 원으로 오히려 늘면서 DSR도 66.6%에서 0.4%p 더 높아졌다.

가계대출 다중채무자 DSR 구간별 차주 수 비중 추이.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가계대출 다중채무자 DSR 구간별 차주 수 비중 추이.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취약차주 37.3%(46만 명)의 DSR이 70% 이상이었고,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차주 대출액의 68.0%(64조3천억 원)를 차지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1월(0.30%) 이후 3년 6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11월(1.7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작년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이 금융권 전반에서 오르고 있다"며 "2020년 이후 취급된 대출의 연체율 상승 압력은 비은행금융기관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약차주가 2020년 이후 받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데, 취약차주의 가계대출은 은행보다 비은행금융기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가계대출 연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과 정부·감독 당국의 신규 연체채권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계대출 취약차주 DSR 구간별 차주 수 비중 추이.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가계대출 취약차주 DSR 구간별 차주 수 비중 추이. [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제공]

[전국매일신문] 김지원기자
kjw9190@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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