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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 입성한 선량(選良)들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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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 입성한 선량(選良)들을 지켜보자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4.28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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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잎이 돋는다. 새소리에도 생기가 담기고 바람은 갈수록 포근해진다. 봄이 언제 오려나했더니 벌써 이렇게 와 있다. 봄이 되면 그리움이 많아진다.범을 그려도 뼈를 그리기가 어렵고 사람을 알아도 그 마음 알기가 어렵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곳은 단연 대구였다. 대구가 어떤 곳인가. 여당(새누리당)에선 ‘깃발만 꽂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여당에 대한 지지가 견고한 곳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이런 대구가 흔들렸다. 탈당파 무소속 후보들의 공세는 물론 김부겸, 홍의락 등 야권 정치인들의 반란(?)으로 달구벌이 뒤집혔다. 가히 ‘대구판 민란’이란 말이 나올만하다.
그 배경엔 민심을 무시한 ‘진박’ 내리꽂기, 유승민 퇴출 파동, 새누리당 계파 간 안하무인격 밥그릇 싸움에다 야권의 김부겸`홍의락의 무모하고도 아름다운 도전 등이 기폭제가 됐다. 대구 선거구 12곳 중 4곳이 비(非)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이 싹쓸이한 19대 총선에 견주면 상전벽해다.
야권이 분열한 수도권에서도 총선 전까지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서울`경기 122석 중 야권이 87석을 가져가고 새누리당은 35석을 얻었다. 여당으로서는 1988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이다. 정치는 삼류였지만, 우리의 유권자는 일류였던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벼슬하는 사람은 네 가지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권력 당국, 둘째는 감독 기관, 셋째는 하늘, 넷째는 백성이다. 많은 벼슬아치들이, 의원들이 권력 당국이나 감독 기관은 두려워하면서 가장 가까이서, 가장 정확하게 감시하는 하늘이나 백성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일갈한 것이다.
중국 한나라 때는 지방군수가 관리를 선발해 조정에 천거했다. 이 천거된 사람을 선량(選良)이라 했다. 선량은 품성이 어질고 행동이 방정(賢良方正)한 사람이었다. 조선시대는 과거 합격자를 가리키다 요즘에는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의미로 바뀌었다. 국회의원을 선량으로 부르는 까닭은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논의하는 등 막중한 일을 하기에 ‘가려 뽑은 뛰어난 인물’이라는 뜻일 게다.
벼슬길은 순탄하지 않으며 큰 파도가 이는 거친 바다라는 뜻으로 환해(宦海)라고도 한다. 허균은 “벼슬길은 근심뿐인데 환해의 치솟는 파도는 두렵도다”고 했다. 이러던 그도 과거에 장원급제해 출세가도를 달렸지만 결국 정치적 파도에 휩쓸려 역모 혐의로 목숨을 잃었다. 청나라 육이첨은 “환해 파도 깊이는 측량할 수 없구나. 안온하게 배를 거둔 자 몇 사람인가”라고 했다. 벼슬길의 파도는 깊어 편안하게 항해를 마치는 사람이 드물다는 뜻이다.
이처럼 험한 파도에 자신을 맡긴 이들 중 300명을 지난 13일 뽑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선량’일까 하는 의문은 앞으로 4년간 안고 갈 화두다. 선거 때면 ‘최선의 후보는 없다’는 말을 흔히 한다. 투표는 ‘차선’이나 이도 아니면 ‘차악’ 후보라도 고르는 행위인 셈이다. ‘최악’ 후보만 피하면 족하다는 얘기다. 어쩌면 ‘우매한 다수의 탁월한 선택’을 강요하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 지지 후보에 대해 뒤늦게 실망한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 클레망소에게 “누가 최악의 정치인이었나”고 묻자 “아직 찾지 못했다”고 했단다. 이유인즉 “저 사람이 최악이라고 하고 싶은 순간, 더 나쁜 정치인이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유머겠지만 시대를 초월해 공감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마라/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똑바로 살라는 서산대사의 게송이다. ‘선량이고자 하는’ 이들이 가슴에 담아야 할 듯싶다. 냉철한 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선량(選良)들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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