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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풀잎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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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풀잎 이슬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11.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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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풀잎 이슬
            -김예성作

너는 나의 눈물
너를 지켜볼 수 없어 눈을 감는다
너를 사랑한 죄
내 눈물 반 슬픔 반 한 뼘의 뼈로
무너진 어깨를 일으켜 세우고
결심한다
푸른 슬픔의 풀잎 이슬
너를 거머쥔 사랑은 놓아 버리는 것
내 눈물의 손가락은 스무 개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이런 고백은 참 슬프다.
그러나 아름답다.
죽도록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끝은 어떤 사람이 겪든 아름답고 슬프다.

사람의 일생 중에 가장 희망차고 욕망의 힘이 솟구치는 시기는 젊음을 유지할 때지만 만약 사랑이 없다면 분명 한계가 있다.
사랑 이상의 희망은 없기 때문이다.

삶에서 사랑이 찾아오는 시기는 각자 다르다.
일찍 오는 사람과 늦게 오는 사람의 차이는 얼마 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틀림없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을 품지 못했을 때는 절망이 크고 그것으로 인한 좌절은 전부를 잃은 듯 도약의 힘을 잃는다.

한데 그런 사랑을 보기만 하고 이룰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큰 슬픔에 싸여 눈물을 흘릴 것이다.
김예성 시인은 지금 그런 상태를 말한다.
풀잎에 맺힌 이슬은 햇살이 비치면 바로 사라진다.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에 경탄하는데 금방 사라지는 모습에 누구든 섭섭하지 않을까.

시인은 가장 솔직한 고백으로 사랑을 노래하지만 한 겹 비단을 걸치고 에둘러 표현한다.
"너는 나의 눈물, 너를 지켜볼 수 없어 눈을 감는다" 한마디로 사랑의 결정체를 드러내고 사랑한 죄를 고백한다.

푸른 슬픔의 풀잎 이슬이 한 가닥 바람결에 사라지는 순간 보호하지 못한 죄를 고백하는 것이다. 사랑은 고집하면 할수록 무겁고 고통을 준다.
그러나 놓지를 못한다.

시인은 과감하게 손을 놓고 열 손가락을 넘어 스무 개의 손가락으로 눈물의 양을 잰다.
이런 심정은 겪어보지 않는다면 알 수가 없다.
그 대상이 종교적인 사랑일지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랑은 위대한 힘으로 모든 것을 아우른다는 시인의 결정은 변하지 않는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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