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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해야 할 명절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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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해야 할 명절 불청객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7.01.31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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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2017년 정유년 설 연휴가 지났다. 명절은 어떤 이들에게는 즐거운 기억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기억하기 싫은 반갑지 않은 날이 되고 있다.

 

유행과 속도, 변화에 민감해진 요즘 전통이나 미풍이라는 고유의 이름으로 전승되고 있는 관습으로, 매년 돌아오는 명절 때마다 많은 이들에게 노동이나 경제적인 부담 뿐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감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명절을 전·후로 겪고 있는 불청객 ‘명절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 특징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증상을 말한다.

 

장시간의 귀향 과정과 단순하지 않은 가사노동 등의 신체적 피로와 성 차별적 대우,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실제 병은 아니지만 명절에 대한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다.

 

이는 산업화 이후 전통적 가족제도가 사라지고, 핵가족의 개인주의 문화가 정착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증상으로는 두통, 어지러움, 위장장애, 소화불량 등과 같은 신체적 증상과 피로, 우울, 호흡곤란 등의 정신적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명절증후군을 겪는 대상은 그 동안 대부분 주부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남편, 시어머니, 미취업자, 미혼자, 직장인, 어린이 등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주부들의 경우 명절 1~2주 전부터 우울함과 호흡곤란, 소화불량 등의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한다.

 

시댁에서 겪을 정신적·육체적 피로에 대한 걱정이 앞서다 보니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울증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는 ‘주부 명절증후군’이다.

 

명절에 필요한 음식 장만 및 뒤처리와 같은 가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가정주부의 70~80%가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첫 번째 며느리가 주부 명절증후군의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한다.

 

가정주부에 비해 많지 않지만 남성의 경우도 명절기간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피로감과 장시간 차량에 탑승하면서 발생하는 멀미,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다. 직장인의 경우도 기존 일상생활과 다른 긴 연휴로 인해 발생한 생체 리듬의 불균형으로 면절증후군을 겪는다. 미취업자도 가족·친지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명절이 되면 소심할 수밖에 없다.

 

명절증후군은 이처럼 가정주부와 남성, 직장인, 미취업자 등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아토피피부염과 소화기 장애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음식섭취에 제한을 받는 아이들은 산적이나 갈비찜 등 다양한 기름진 명절 음식 앞에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명절이 끝난 뒤에도 이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의 부모는 아이의 영양 불균형 해소를 위해 고민한다. 명절증후군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불청객으로 다가온다.

 

최근에는 며느리의 명절증후군보다 시부모의 명절증후군이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긴 명절 연휴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자식들이 없는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공허함과 허전함은 모두 시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노인의 경우 출가한 자식들을 목 빠지게 기다려온 명절, 그 시끌벅적한 명절이 끝나면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생활의 리듬이 깨지며 공허함을 넘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유 없는 통증과 피로감, 신체감각 이상, 두통, 어지러움, 불감증, 발한, 건강 상태에 대한 과도한 걱정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공허함과 슬픔, 우울한 기분이 들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등의 증상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명절증후군으로 인한 가정해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절이 끝나고 명절후유증으로 인해 다툼이 커지고 결국 이혼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통계를 보면 설 명절 후 법원에 접수된 이혼율은 평균 달에 비해 15%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명절이혼율은 한 해의 전체 이혼율을 증가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여성들이 그 동안의 스트레스와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분노가 ‘명절’이라는 계기로 폭발하는 것이 ‘명절이혼’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이 분석이다.

 

이처럼 명절이혼율의 증가는 정작 ‘명절’이 주된 원인이 아니겠지만 ‘명절’에 대한 오명으로 작용하고 있는 ‘명절증후군’은 하루빨리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명절의 불청객이다.

 

명절증후군을 예방·해소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가족 간 명절 가사노동 분담과 경제적 부담 조율, 상호간 원활한 교류 및 의사소통, 부부간 이해와 세심한 배려, 충분한 휴식, 음식조절 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제 설 연휴가 지났다. 아쉽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명절증후군을 하루빨리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흐트러진 생체리듬을 되돌리고, 긴장된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야 한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로버트 배런 이라는 심리학자의 연구 내용이 눈길을 끈다. 사람들은 정치 논쟁을 할 때 늘 상대방의 동기를 의심하거나 상대가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르고 있다고 전제하고 논쟁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의 의견이 다른 경우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토론할 때보다 생산적인 대화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가족 및 이웃들과 긍정적이고 밝은 대화 및 소통을 통해 명절증후군을 효과적으로 극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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