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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신학기, 학부모 ‘등골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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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신학기, 학부모 ‘등골 휜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1.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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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학생 개인의 개성이 매몰될 수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교들이 교복을 선택하는 것은 몇가지 장점 때문이다. 그 중 한가지는 모두가 교복을 입을 경우 옷의 가격에 따른 위화감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교복의 목적 중 아주 작은 부분이겠지만 부모의 재산과 소득수준이 그대로 아이의 계급이 되는 말도 안되는 불합리를 예방하는데 분명 효과가 있다. 아침마다 옷투정을 부리는 자녀와 엄마의 불필요한 실랑이도 덤으로 차단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교복만으로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아이들 사이에서 교복 위에 걸치는 외투로 계급을 나누는 것이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면서 ‘등골브레이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부모의 등골이 휠 정도로 부담이 가는 비싼 패딩을 사달라고 조르는 자녀를 비하하는 용어도로 쓰이지만 특정 브랜드별로 등급을 나누는 용도로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브랜드별 가격대를 피라미드 형태로 정리한 표까지 돌고 있는게 현실이다. 아이들은 잘못에 대한 인식없이 재미로 등급을 나누고 그 기준 안에 자기를 가두기도 한다. 부모들도 아이들의 기준을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제 새학년 신학기가 시작된다. 자녀를 첫 학교에 보내는 초등학생 학부모부터 대학생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개학 준비에 바쁠 때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겠지만 지갑을 열어야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한다.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목돈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패딩뿐만 아니라 가방과 신발도 등골브레이커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정말 등골이 휠 지경이다.

여기에 20만~3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싼 특정 브랜드 가방은 중고생 절반 가까이가 메고 다닐 정도로 유행이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문화가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자녀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옷과 가방과 신발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 번 말해줘야 한다. 물론 아이들을 설득하는게 대부분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신학기 새로운 과정의 시작부터 아이들이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키도록 나둬서는 안된다. 그래서 부모는 더 어려운 것이다.

중학교 이상의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거나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교복을 입어봤을 것이다. 교복은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입어야 하는 옷이며, 제대로 갖춰입지 않은 날은 벌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교복은 신축성이 좋지 않아 학생들이 행동을 하는데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나도 교복을 입을 때는 행동을 평소보다 소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왜 교복을 꼭 입어야하는지' 교복의 필요성을 잘 모르겠다고 의문을 품기도 했었다.

교복은 학생들이 입는 옷이지만,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군부 독재 시기,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정부나 학교장 재량으로 제정되거나 폐지되고, 다시 권장됐다. 전시복으로 등장했다가 획일화된 교복으로, 사복에서 다시금 학교별 자율 교복으로 변경됐다. 그러다 교복값 거품 논란에 공동 구매가 등장했고, 교복 표준 디자인제 추진 후 지금의 편안한 교복 정책으로 바뀌었다.

현제 중고등학교를 보면 그 중 98%가 교복을 착용하고 있고 이에 대해 학생들은 불편함으로 호소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복은 신축성과 흡습성 등 기능이 부족하여 생활을 하는 데 힘들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여러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에 교복 자율화에 대해 학생들에게 교복 자율화를 허용해준다면 학교 측에서 통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우리는 왜 학교에서 교복을 착용해야 할까?

교복을 둘러싼 논쟁은 올해도 여전하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교복 지원금이 도입됐지만, 추가 금액이 더 들어가는 데다 교복에만 지원을 한정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편안한 교복 정책에 따라 재킷과 셔츠(블라우스), 넥타이 등 빳빳한 소재로 다소 불편한 교복 대신 생활복이나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는 게 흔한 풍경이 되면서 지원되는 정책이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얘기다.

같은 학교의 학생들이 하더라도 이들 사이에는 무언가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 중 그들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부모님의 재력 등이 포함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마냥 자신의 것이듯 고가의 옷을 입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로 더 좋은것을 가지려고 하는 마음 때문에 점점 학생들의 소비가 과해질 것이고, 학생들간의 격차가 심해질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더해지고 학생들 사이에서 차별이 별이 생길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상착의를 교복으로 제한한다면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교복은 학생들이 학교와 학교가 아닌 곳의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정숙하고 차분하게 행동할 수 있고 자연스레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학교의 목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옷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게 해준다면 그들은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떻게 입을지를 고민하며 학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 그러나 교복으로 그들의 의상착의를 제한한다면 온전히 학업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학교에서는 교복 규제를 약화시키고 생활복 등으로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교복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할 일이 줄어들 것이다. 교복을 입음으로써 그들에게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그들에게 학교에서만큼은 학생이라는 동등한 신분을 부여함으로 학교에서 교복 착용은 옳다고 생각한다.

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 조성과 사복 구매에 대하여 지출이 증가하는 문제로 여러 논란이 있는 교복 자율화 단점 또한 존재한다. 학생의 신분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라는 점, 사회의 테두리에서 학생을 보호해주는 울타리라는 점에서 교복이 사라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 상황을 학생들의 편의성과, 표현의자유를 위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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