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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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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2.0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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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가족과 교류 없이 살다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가 늘고 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홀로 고립되는 사람도 함께 늘고 있다. 도시화, 익명성, 비대면 서비스 등의 발전은 편리한 삶을 앞당겼지만 더불어 사는 정과는 멀어지게 했다. 다양한 사회적 요인의 영향으로 더이상 고독사는 노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50~60대가 고독사 사망자 수 대부분을 차지했고 20대 청년들 역시 쓸쓸한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고독사에 대한 불명확한 정의 탓에 제각각인 통계, 지자체 차원의 예방책 등의 마련은 깊이 있게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고독사를 예방하려면 알코올·약물장애에 대한 상호 유기적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존 취약계층과의 연결망 강화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나주영 부산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을 요약하면 이렇다. 고독사를 성별로 살펴볼 때 남성이 여성의 5배에 달했고, 5명 중 3명은 만취 상태로 숨졌다. 고독사는 이혼 등으로 가족 관계가 붕괴된 경우 많이 발생하며, 실제로 분석 대상 128명 중 결혼한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3명(2.3%)에 불과했다.

우리가 이 자료를 주목하는 건 고독사가 크게 늘고 있는 까닭이다.사망 후 고독사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평균 26.6일이 걸렸다고 한다. 사망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주변에서 아무도 알지 못했다는 건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고립된 상태로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고독사는 개인을 떠나 사회병리현상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고독사 위험군이 150여만명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고 보면 고독사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긴요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현재 하루 10명꼴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5년 연평균 9% 가까이 늘고 있는 고독사는 남성이 여성보다 4배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50, 60대의 고독사가 전체 고독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장년층의 또 다른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직장을 잃고 사회관계가 단절되는 50, 60대에서 고독사가 가장 많은 것은 우리나라 50, 60대 남성들이 ‘젊은 시절 가부장적 사회구조의 가장 역할에만 충실하던 세대’로 50대 전후 조기퇴직과 함께 경제력을 상실하면서 ‘소득’과 ‘연령’ 기준 모두 고립되고 쉽게 좌절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저출생·고령화 및 1인가구와 같은 가족 형태의 급격한 변화는 나홀로 거주를 부추기는 요소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노인 인구 진입으로 고립에 처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당사자가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고독사 해법의 출발점이라 하겠다. 고독사 예방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일본에서는 퇴직 이후의 인생에 대한 별다른 준비 없이 은퇴한 50~60대 남편들을 누레오치바(ぬれおちば) 즉 ‘젖은 낙엽’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젖은 낙엽’을 검색해 보면 “구두나 몸에 붙으면 쉽게 떼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퇴직 후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빗댄 말로 제대로 떨어지지도 않으면서도 쓸모는 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되어 있다.

50대 남성이 고독사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고독사 중 50대 남성이 많은 이유에 대해 나 교수는 “50대 남성이 건강관리나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못하고 실직 및 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만큼 식사준비, 청소 등 가사노동을 부지런히 익혀야겠다. 무엇보다 남자도 나이가 들면 어깨 힘을 빼고 여자처럼 모여서 수다도 떨고 함께 어울려 사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영국 전체 인구의 15% 이상이 사회적 고립과 고독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고독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직을 이미 신설하고 장관을 임명한 바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외로움을 줄이는 일이 의료비는 물론 교통사고와 범죄, 극단적인 선택을 줄이는 것과 직결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영국과 마찬가지로 2021년 2월 ‘고독대책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고독·고립 대책실을 출범시킨 바 있다. 국가의 책임 아래 고독에 방치된 사람들을 본격 지원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로 볼 수 있다. 일본 국민의 68.3%가 외로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고독사 예방법’(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021.4.1. 시행)에 따라 임종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최초의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고독사 위험군을 발굴 지원하기 위한 인적 물적 안전망을 최대한 동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욱이 고독사 실태 파악 주기를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매년 사망자 현황과 위험군의 서비스 욕구 등을 정교하게 파악한다고 한다. 그 결과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의 문제가 더 예방되고 완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소득 3만 3천불 중반이라고 하는 오늘날 정부에서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이니 복지예산이니 말들은 그럴싸하게 떠들지만 정작 어버이들에 대한 배려나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나있다.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한 빈곤계층의 어버이들은 끼니를 제때 때우지 못하고 공원이나 거리를 배회하면서 일부 구호단체나 종교단체, 자선단체의 무료급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핵가족 시대에 가정의 질서도 점점 무너져가고 사회에서도 소외돼 하루하루 외롭고 쓸쓸하고 힘들게 보내는 빈곤·소외계층의 어버이들은 오직 자식들의 무상급식 찬반 소동에만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그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부모님을 모시고 공경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온 마지막 세대격인 어버이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혼자 살다가 임종을 하는 이 없이 쓸쓸히 죽음을 맞는 것을 일컫는다. 사망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이웃들에 의해 시신이 발견되기도 한다.

자식과의 교류, 이웃과의 교류 단절이 낳은 비극의 전형이다. 핵가족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독거노인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독거노인들이 최소한의 복지혜택을 누리도록 신경 써야 한다. 지역특화형 의료·문화·돌봄서비스 확충을 꼽을 수 있겠다. 1인 가구·핵가족시대 이면에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고령층 1인가구의 경우 이웃·사회의 무관심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가 노인들의 현주소다. 오는 10일 설이라고 들떠있을 이때, 주변에 고독한 소외계층은 없는지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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