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저출산 위기론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저출산 위기론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2.15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한국이 본격적으로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합계출산율 0.7~0.8명을 전제할 때 2072년 예상 총인구는 약 3600만 명이다. 생산인구는 50년 후 현재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 생산인구당 부양인구 수도 100명을 웃돌게 된다. 인구 감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급락한 출산율 회복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프랑스가 국내총생산(GDP)의 5%가량을 투입해 1.8명대 출산율을 회복한 것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1.3명 선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중국의 최근 인구 데이터는 매우 우려스러운 인구 통계학적 상황을 보여준다. 인구 대국 중국이 인구 위기를 겪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 완화에도 불구하고 2023년 중국 출생아 수는 902만명으로 7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 인구 통계학자들은 이 같은 출생아 수는 18세기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재 중국의 출산율은 기근이나 전쟁, 사회적 혼란이 만연했던 기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출산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로 중국의 전체 인구는 208만명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2년 85만명이 줄어든 것보다 더 큰 수치다. 200만명이 줄어드는 것은 지도에서 중간 규모의 도시 두 개가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 데이터는 중국의 인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장기적인 추세를 확인시켜 준다. 일각에서는 현재 인구 규모의 급격한 감소와 감소 속도의 가속화 등을 토대로 만성적인 인구 감소를 예측한다.

세 번째로 중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거의 3억명에 달했다. 전체 인구의 21.1%에 해당하는 수치다. 노화 속도는 이전 추정치보다 빠르다. 2022년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에서는 2025년 말까지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부자가 되기 전에 늙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일부 사람들은 중국의 인구 데이터가 일회성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2022년 말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갑자기 종료된 이후 사망자가 급증한 것이 2023년 인구 감소를 더욱 가속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2024년 '용의 해'가 젊은 중국 부부들이 더 많은 아이를 갖도록 장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은 그 자체로 국가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재 직면한 저출산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미신을 믿고 있다. 안타깝게도, 중국 당국은 이러한 인구 통계학적 추세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아직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중앙 정부가 계속해서 다양한 출산 제한을 철폐하고, ‘새로운 결혼과 출산 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지방 정부가 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여유로운 태도는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중국의 한 자녀 정책(산아 제한 정책) 당시 중앙 당국이 엄격한 산아제한 조치를 수립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동원했던 시기와 뚜렷하게 대조된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면한다’…. 1970~80년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가족계획 표어다. 이런 산아제한 정책으로 대한민국이 저출산을 고민하고 ‘국가 소멸론’까지 나오는 상황이 될 것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당시 다자녀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저출산 풍토에 한몫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였으니까.

저출산 위기론은 외국에서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한국의 인구 감소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맨 교수는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30~40년 전 인구증가를 걱정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저출산이라는 커다란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2006년부터 200조원 이상의 국가예산을 쓰고서도 출산율이 후퇴하고 있는 이유는 피부에 와닿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육과 육아 환경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양육비와 집값 등 경제적 부담이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는데 번식을 하는 동물이 진화과정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상황’만 좋아지면 번식을 못 하게 막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는 게 진화학자의 이론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5~49세 인구가 2021년 1908만 명에서 2070년 803만 명으로 절반으로 줄어든다. 전문 퇴직 인력이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인적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특허청이 반도체 분야 퇴직자 30명을 전문 특허관으로 채용했다. 반도체 특허심사 기간이 6~15개월에서 2~5개월로 단축된다고 한다. 일하고 싶은 중장년층에게 체계적인 재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경단녀의 재교육 비율이 매우 낮다. 중장년층이 늙어가는 우리 경제를 견인할 신동력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넘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육세의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쓰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감사원은 연 14조원꼴로 불필요하게 지출이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적 단기 정책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이민정책, 경단녀정책, 중장년정책 등에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천이 진실을 검증한다”는 말처럼 실천력이 담보된 실용적 정책이 시급하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군주 구천의 인구 정책이 ‘오버랩’된다. 스무 살이 되어 혼인하지 않으면 부모가 벌을 받고, 자식을 낳으면 양육비를 지급하는 등 출산을 통해 부국강병을 꾀했다. 학자들에게는 거처와 의복을 제공하고 쌀을 싣고 다니면서 젊은이를 보면 배불리 먹게 했다. 백성과 대화하며 신뢰가 쌓이고 ‘상황’이 좋아지자 인구가 급속히 늘었다. 물질적인 지원과 함께 다출산 풍토 조성을 위한 신뢰 형성도 중요하다는 걸 2500여년 전 인구정책에서 배운다. 인구절벽은 앞으로 10년이 중요한 시기다. 더 늦기 전에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제는 인구정책이 출산 및 양육의 영역을 벗어나 경제·사회 전반에서 전방위적 계획을 갖춰 추진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