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강상헌의 하제별곡] 싸가지와 덕성
상태바
[강상헌의 하제별곡] 싸가지와 덕성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2.27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이강인 ‘될성부른 나무’ 떡잎 제대로 챙기기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그 떡잎 제대로 안 챙기면 나무 망친다. 누가 너보고 (나무) 걱정하랬니?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주장에게 대들어 줄줄이 생겨나는 일들이,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급기야 정치동네의 말꼬리 잡기 언쟁(言爭)도 생겨난다. ‘싸가지 있고 없고’가 논지(論旨)다.

주장 손흥민이 사과하러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 물 건너온 신예 이강인을 웃음으로 포옹해준 사진, 위안은 좀 됐다. 

무책임 무능의 (폼 잡는 데만 그럴싸한) 스타일리스트 클린스만이 헝클어놓은 우리 축구, 여태 오리무중 혼돈 속이다. 워낙 싹수 그런 친구라고, 이젠 제쳐두자. 큰 공부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시리즈로 의견을 품어냈다. 그 요지, 첫 번째는 ‘그 싸가지!’였고 두 번째(사과 후)는 ‘그래도 그 심성(心性) 어디 가겠니?’였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이준석 개혁신당대표가 ‘홍 시장에게 인성디렉터 맡긴 적 없다.’고 씹었다. 좀 ‘꼽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정치인 홍준표의 거센 말투가, 때로 거슬리긴 해도, 이번 ‘심성 향방(向方)론’ 같은 (속 깊은) 지청구는 의미 있다고 본다. 주장은 당연히 그래야 했다. 손흥민의 덕성이다. 

어른 없는, 꾸중하는 (용기 있는) 선배가 실종된 요즘 그만한 핏대로 대세를 거스르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니. 모두 흐뭇하게(만) 바라본 그 둘의 사진에 진지한 경고를 보낸 것인가. 향후 잘 되면 홍 시장 덕성 빛난 것으로 보겠다. 대개는 잊어버리겠지만.   

클린스만처럼 노트북 따윈 보는 체도 안 한 히딩크는 어땠을까? 그의 덕성을 우리는 안다.

쳥년기자 때 일이다. 1990년 둑 터지고 지금은 신도시인 일산 들판 수몰되면 ‘다 죽는다.’ 소스라치던 한강대홍수 그 현장의 새벽에 ‘그’가 나타났다. TV가 현대그룹 정주영 ‘두목’을 비추자 순간, 참사(慘事)는 면했구나, 나라가 안도하는 듯했다. 나중에 물었다. 

“겁났지. 근데 내가 거기에 있어야 했어. 당신이라도 그랬겠지...” 당연하다는 웃음의 한 마디, 거목(巨木)의 ‘제 자리론(論)’이다. 공과(功過) 불문, 그의 덕성일세. 떡잎은 어땠을까?

큰아버지 덕분일까. 손흥민 이강인, 홍준표 이준석 등 논란의 핵심이 된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마치 이녁이 축산협회장인 듯 오불관언(吾不關焉) 먼 산 바라보기 모양새다. 따지면 모두 자기 얘기, 자기 책임을 논하는 것 아닌가.

지금 그의 눈과 함께, 정 두목의 눈을 떠올린다. 광주에서 두 번씩이나 세상을 무너뜨린 현대산업개발 HDC도 그런 책임감이었던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싸가지’는 욕(辱)이 아니다. 강아지(개) 송아지(소) 망아지(말)가 욕인가? 싹의 수, 싹수의 싹에 새끼나 작은 것의 뜻 ‘아지’를 붙였다. 이를테면 싹 맹아(萌芽)의 우리 이름 중 하나다. 될성부를지를 치켜보는데 싹수든 싸가지든 맹아든 무슨 상관이랴. 

지가 ‘싹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이는 이 글자 지켜보라. 덕성(德性)의 德은 ‘거리의 이상주의’다. 갑골문으로 뜯어보면 큰길 네(4)거리 그림글자 行(행) 한 가운데에 정직할 직(直)과 마음 심(心)을 넣었다. 눈(目 목) 반듯이 뜨는 게 정직이다. 거리 오른쪽은 생락됐다고 본다. 

착하다(善 선)는 뜻 悳(덕)이 거리(행길)에서, 사람들의 ‘허영의 시장’ 그 바닥에서 어떻게 기능(해야)하는가를 가리키는 호한(豪悍)하면서도 호연(浩然)한 글자다. 참 크다. ‘사람의 온갖 속성을, 못난 점까지도 낙낙히 품은 마음’이 德이다. 먼지털이 정치의 본질이 보이는가.

‘레 미제라블’의 덕성, 장발장 찌르려던 자베르 경감은 끝내 구정물 흐르는 개천에 스스로 몸을 던진다. 청년들은, 이강인도, 이녁이 진짜 젊다면, 미래의 ‘큰 나’를 바라보라. 떡잎부터.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