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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사당(祠堂)과 사찰(寺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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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사당(祠堂)과 사찰(寺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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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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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장흥 해동사와 구례 화엄사, 같은 ‘사’자 관광지?

전남 장흥에는 일제의 두목(頭目) 이등박문을 총살한 ‘독립전쟁’의 영웅 안중근 장군의 영령(英靈)과 위훈(偉勳)을 기리는 해동사(海東祠)가 있다. 그는 스스로 전쟁에 나선 군인이라 칭했다. 서울 남산에는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이 있다. 

요즘 인터넷에는 ‘장군’ 또는 ‘의사(義士)’ 안중근의 행적에 관한 영상물이 많다. 이승만을 다시 보자는 의도의 ‘건국전쟁’이 의미 있다면, 안중근의 저 ‘독립전쟁’은 헛수고였더냐 하고 묻는 의도도 여럿이다. 이런 유행에 좀 황당한 대목이 있어 언급한다. 

꽤 유명한 동영상모음이나 언론사의 동영상에서도 이런 대목이 자주 보인다. 예를 들자면, ‘장흥 해동사와 구례 화엄사는 같은 ‘사’자 붙은 관광지로 요즘 봄꽃이 좋다.‘는 식의 소개다. 이름 뒷 글자가 같은 ’사‘이니 같은 갈래로 분류하는 것이다.  

해동사와 화엄사,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은 ’사‘자 이름이지만 본디가 다르다. 조상의 신주(神主)를 모신 집이 해동사와 같은 사당(祠堂)이고, 화엄사는 불교의 절집 즉 사찰(寺刹·절)이다. 둘 다 한글로 읽는 소리(讀音 독음)가 ‘사’자여서 두 집의 성격이 헷갈린 모양새다.

祠堂(사당)은 유교식 제사(祭祀)를 지내는 곳이다. 이에 비해 寺刹(사찰)은 부처님이 일찍이 깨달았던 바를 본받겠다는 마음공부를 하는 곳이다. 그 뜻을 주로 드러내는 두 글자 祀(사)와 寺(사)는 소리는 같지만, 모양도 뜻도 완전히 다르다.

祭祀처럼, 보일 시(示)자가 들어가는 한자는, 어느 글자나, 신(神) 또는 영혼(에 대한 존경 등)과 관련 있는 글자다. 

고인돌 모양의 돌판에 제수(祭需·제사음식)를 차리고 (조상)신에게 ‘귀한 음식 바치오니 잘 보고 잡수소서.’하는 뜻이다. 신에게 내 마음(음식)을 보이는 것에서 ‘보이다’는 뜻이 나왔다.

祠의 오른쪽 司(사)는 발음을 정하는 요소이면서 ‘어떤 직책’이린 뜻을 더한다. 제사의 의례(儀禮)나 절차를 맡는 직책이나 기구를 의미하리라. 示와 司 합쳐 祠라는 새 글자 이뤘다. 당(堂)은 집(건물)이니, 사당은 제사지내는 집이다. 그 바탕은 공자의 가르침 유교(儒敎)다.

사찰의 寺는, 옛글자에서는 발(윗부분)과 손(아래 寸)이 모인 그림이었다. (발로) 가서, (손으로) 일하는 곳이란 뜻이었나, 관청이나 기관을 의미했다. 서역(西域·중앙아시아 서쪽)에서 불교가 들어오며 절 즉 사찰(寺刹)의 뜻으로 굳어졌다. 刹(찰)도 절의 뜻이다.

역사 흔적에는 ‘관청’ 뜻으로 쓰인 사례가 있다. 고려 조선 때의 무기를 만들고 관리하던 軍器寺다. 서울시청사 아래에 그 유적이 남았다. 다만, 관청의 뜻으로 쓰인 경우에는 발음이 [사]가 아니고 [시], ‘군기사’가 아니고 ‘군기시’다. 오자(誤字)라고 서울시에 항의하지 말 것.

젊은 세대가 한자를 배우지 않아 겨레 전통의 개념들이나 역사를 낯설어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사정을 아는 선배 세대는 친절하게 제 아는 바를 가르치는 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무식하다 놀리고 구박할 일 아니다. (선배들이) 안 가르쳤으니 모르는 것이다. 

마땅히 공유해야 할 필요한 지식이다. 언어와 문장에 관련된 필자의 여러 생각과 서툰 글도 잘 활용하시기 바란다. 실은 우리 (언어)교육이 저 대목을 ‘포기한 사정’에 대해 선배 세대는 치열한 자기반성과 이를 벌충할 성의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언어교육’은 진정한 상위 1%를 위한 천기(天機)다. 이 말의 뜻을 아는 이는, 부디 후손에게 그 뜻 펼치시기 바란다. 

말귀와 글눈 없이 ‘공부’가 가능한가. ‘祠와 寺의 구별’ 문제에서 문득 이런 뜻 찾는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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