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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혁신과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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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혁신과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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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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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기후이슈 실종 선거, ‘꼰대 정치’의 복주머니냐?

옛 사람이 옛 생각, 옛 이슈로 새로운 ‘그 걸’ 하겠단다. 무슨 혁신당도 있고, 개혁 무슨 당(黨)도 있더라. ‘더 좋은 세상’을 짓겠다는 이들의 정당 이름이다. 이름자엔 없어도 다른 정당도 모두 다 ‘혁신’이나 ‘개혁’을 간판 세웠다. 

뭔데? 가죽제품 가게인가. 털짐승 잡아 막 벗겨낸 가죽이 피(皮)다. 皮를 무두질(가죽손질의 단계)한 것이 혁(革)이다. 합쳐서 가죽 일반을 이르는 피혁이다. 

한자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독립된 단어다. 그림으로 만든 글자여서다. 그 그림이 글자(뜻)의 바탕이다. 그 글자들, 괜히 점찍고 줄그은 게 아니다. 일점일획(一點一劃)에 다 뜻이 있다. 

한자의 형(形 모양) 음(音 소리) 의(義 의미) 공부인 문자학(文字學)의 초보들이 늘 듣는 얘기다. 문자는 보통 ‘글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한자(漢字)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짐승의 피부(皮膚)를 벗겨 넓게 편 것(가죽)이 피(皮)다. 皮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죽의 특성을 제거하거나 바꾸는 것이 무두질이다. 혁(革)이다.

무두질은, 대개는 부드럽고 염색이 잘 되도록 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색 입히고 액세서리(부속)를 붙이고 하여 무지막지하게 비싸게 파는 ‘명품’도 된다. 

어찌 그 과정이 간단하랴, ‘주리를 튼다.’는 어마무시한 말의 비유로 쓰일 만큼 무두질은, 革은 혹독하겠다. 그러고야 비로소 ‘새로운 뜻’ 혁신(革新), ‘고친다’는 개혁(改革)의 ‘혁’이 된다.

여러 번, 오래도 속았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선거 때) 구두선(口頭禪)과도 같은 ‘혁신 개혁 타령’의 정체다. 4월 10일 이후에는 저 타령의 입바른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을 것이다.

皮와 革의 일점일획을 톺아보는 건 비교적 간단하다.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는 한자사전의 어원(語源)을 참고하자. 갑골문 금문 등의 재미있는 그림으로도 설명돼 있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오래된 말 떠올린다. 신인 없이 유명(했던) 선수로만 경기에 나섰던 클린스만이 그 ‘케이스스터디’로 회자(膾炙)될 대표 격(格)이겠다. 속 텅 빈 강정이다. 손흥민이 워낙 좋은 선수이니 내가 안(못) 챙겨도 이겨 주리라 생각했겠지. 그의 믿는 바였겠다. 

반세기 남짓 입만 둥둥 뜨는 기막힌 재주 부려온, 그 ‘정치인’들까지 여태 보아야 하나. 좋은 신인들 실종된 선거, 이제 서양의 제도 ‘민주주의’는 낡아서 이런 폐단을 피할 수 없나보다. 

우리 (노인)정치인들 사례 들 것도 없다. 핵무기와 미사일, 전쟁과 갈등 밖에는 머리에 든 것 없는 바이든과 트럼프가 그렇지 않던가. 푸틴도 (민주주의) 선거로 짜르(황제)가 되더라.

목전의 선거, 왜 그 밥 나물 타령이냐고? 너무나도 명징(明澄)한 또 하나의 증거를 제시한다.

코앞에서 벌어지는 기후위기의 거대한 재난에 정치가 관심 껐다. 정치인도 언론도 모두 애먼 짓, 뜬금없는 소리만 한다. 시민들이 뭘 어찌 알겠나 하는 건가, 하다못해 베토벤을 불러 인류의 진혼곡(鎭魂曲)이나 장송곡이라도 짓게 하겠다는 ‘소리’라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침몰하는 배, 망가진 시스템에 기댈 일 아니다. 제 소리 내는 이 없다. ‘기후후보’ 한 둘 있어도 ‘이색(異色) 후보’ 대접이다. 정치가 무엇인가. 바르게(正) 되도록 손질(매질)하는(攵 복) 것이 政이다. 언론은 뭘 논하는가. 본디를 잃으니 세상이 비뚤어졌다.

인공지능(AI)의 시대, 이제 세상의 변화를 아는 청년(유권자)들의 차례다. (철든) 선배들도 그 청년들을 지지하고 추동(推動)해야 하리라. 모두 ‘기후유권자’가 되어, 그 정치에게 묻자. 당신의 손자, 우리 후손은 어찌 살 것이냐? 

생각 없는 후보는 지우자. 기후는 생사의 문제다. 여야나 정파 따위는 이미 문제도 아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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