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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백악관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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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백악관 엑소더스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1.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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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20일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이 취임한다. 역대 최고령인 78세에 취임하는 조 바이든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를 누르고 미국의 행정수반이며 국군 통수권을 가지게 됐다. 승자독식 방식으로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4년마다 치러지며 11월 첫째 월요일이 있는 주의 화요일에 실시된다.

미국 수정헌법 22조에는 대통령의 중임제는 허용하지만 3선은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큰 이변이 없는 한 미국 대통령은 2번의 임기를 채우고 권좌에서 내려왔다. 다시 말해 4년 단임으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웬만하면 재선에 성공해 8년을 이끌었던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국가인 만큼 권위를 자랑하고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정치 경제 무역 군사 등 모든 부분에서 세계 각국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 출신으로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현직의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년 단임의 짧은 임기를 마치게 됐다. 재임동안 독특한 언행과 돌발행동으로 세계질서를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게 했던 그였기에 세계의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많이 미워하는 눈치였다.

미국 내에서도 중산층 이하를 제외하고 지식인과 인텔리계층 등 상당한 분야의 연령대에서 트럼프를 불신하는 분위기였다. 트럼프 자신도 대선결과를 불복하며 버티기로 일관했으나 미국의 헌법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물론 선거과정에서 코로나19 등 팬데믹으로 불이익을 받기도 했지만 그동안 펼쳐온 4년의 정책과 행동이 낳은 결과라고 생각된다.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자 백악관과 트럼프의 곁을 떠나는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 권력과 돈 앞에서만 죽음도 불사한다는 충신이 딱 들어맞는 말이다. 권력은 4년을 가지 못했고 그의 곁에 있었던 사람들은 짧은 권력 맛만 보았을 뿐이다. 권력에 기생했던 측근들은 잠시 충신 역할을 했을 뿐 권력이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등을 돌리고 이젠 총질까지 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가운데 처음으로 하원에서 두 번의 탄핵을 받는 믿지 못할 대통령이 됐고, 그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던 공화당도 내부에서 반기를 들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의 지지율을 보인 가운데 퇴장하는 불명예를 기록하자 트럼프의 기억을 지우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재임 중 그가 추진했던 각종 정책과 돌발행동은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권좌에서 내려온 후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아 감옥행에 처한 것처럼 미국 대통령도 예외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만큼 트럼프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미국의 법과 질서가 크게 무너졌다는 정서가 많다. 국제적으로도 동맹국가들 사이에서 반 트럼프 정서를 넘어 반미감정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일본과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은 트럼프의 취임초기 친밀함을 과시하기도 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총리 아베의 골프장 사건은 트럼프의 독선에 동맹 국가들이 얼마나 조아렸는가를 대변하고 있다. 아베는 트럼프와 친밀함을 과시하려다 골프장에서 뒤로 넘어지는 등 일본의 자존심마저 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20일이면 세계질서가 새롭게 변해갈 전망이다. 상식과 원칙이 있는 국제관계가 형성돼 다시 평화가 찾아오길 희망해 본다. 바이든은 미국의 정서를 회복하기 위해 다자동맹과 자유무역 질서의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할 것이지만 방식은 트럼프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도 마찬가지이다. 2019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바이든을 향해 ‘미친개’라고 운운하며 비난했다. 바이든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바이든과 같은 미친개를 살려두면 더 많은 사람들을 해칠 수 있으므로 더 늦기 전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며 ‘대통령선거에 두 번씩이나 미끄러지고도 사흘 굶은 들개처럼 싸다니며 대통령선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하니 바이든이야 말로 집권욕에 환장이 된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과 트럼프가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경쟁관계였던 바이든에게 좋은 말을 할 수 없었다. 바이든 역시 북한에 대해 좋은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당선 후 북핵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대한 그의 생각은 여전히 비인권국가이며 비정상적인 국가로 남아 있다. 북한도 최근 바이든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며 향후 펼쳐질 대북정책을 지켜보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바이든의 정책이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주장한 북핵문제 해결과 중국견제 미국 우선주의 등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원론적인 입장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역시 고령의 대통령으로 만약 재선에 성공해 8년의 임기를 모두 마치게 된다면 86세에 대통령을 그만두게 된다. ‘노병은 살아 있다’는 말처럼 최고령의 바이든이 한반도 문제와 코로나19 등 무너진 세계질서를 어떻게 회복해 나갈지 주목된다. 더 이상 백악관의 대탈출 현상이 없도록 바른 정책을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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