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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해님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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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해님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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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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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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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도둑
                - 김춘만 作

마을에 cctv가 달렸다
처음엔 겁이나 주자고
모형을 달더니
요즘은 진짜를 단다

사람들도 드문드문 사는 곳에
이유야 어쨌거나
이 집에서 다니
저 집도 달았다

장 단지에 장이 줄었다고
할머니 댁도 달았다

지나가던 사람이
누가 그걸 손대겠냐고
한여름 땡볕을 손가락질 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던
감시 카메라가 돌아가던
해님 도둑은 잰걸음으로
서산을 넘는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유목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울타리를 친 것은 짐승의 습격을 막기 위해서였다. 

잠시 머물다가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주하고  정착 생활을 하면서 담이 쳐졌을 때도 맹수의 습격과 타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였지 도둑을 막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완전한 정착생활이 확립되고 민족이라는 의미가 굳어졌을 때 비로소 담이 생기고 도둑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이때부터 타인을 의심하고 자신을 지키려는 생존전략이 시작되어 담은 높아가고 이웃을 믿지 못하는 의식이 강하게 형성되어 자기 것을 지키려는 온갖 수단을 강구하였다. 

그러나 외형적인 방어 수단인 담이 높아가는 만큼 내면적인 의심이 심화되는 폐단을 낳게 되었다. 

실제로 사람은 남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전쟁이 발발하고 사소한 싸움이 일어난다. 

현대에 와서는 더욱 심화하여 온갖 과학 물품이 생겨나고 당하기 전에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CCTV라는 감시카메라가 발명되었다. 

그렇다고 안심하지 않는다. 
이제는 사회의 병패가 되다시피 자신도 믿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김춘만 시인은 이러한 사람들의 병세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해학적으로 지적한다. 

어느 집에서 감시카메라를 달자 이집 저집 빼놓지 않고 설치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몇 가구 남지 않은 농촌에 무슨 도둑이 성행하겠는가. 
할머니의 장이 줄어든다고 성화가 빗발친다. 

장의 발효를 위해 햇빛에 뚜껑을 열어놔 물기가 증발하는 것을 도둑맞았다고 한다. 

의심하는 할머니의 행태를 통해 사람의 고질적인 병패를 지적하고 현대인의 담 높이를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처럼 자연과 사람 간의 이질적인 관계를 들어 문명의 발달로 인한 사람의 심리를 고발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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