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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5] 마음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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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5] 마음의 집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2.01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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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철 시인(1955년생)
대구 출신으로 197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문학사상’ 신인 발굴에 당선되어 등단.

<함께 읽기> 살다보면 길이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길이 너무 많아서 헤맬 때가 있다. 어느 길이 더 평탄할까, 아니면 더 빠를까로. 이 길로 가면 편할까, 저 길로 가면 더 편할까 이런 고민을 떠나기도 전에 하다가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낼 때가 많다.

“집으로 가는 길은 많습니다” 길이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을 못 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처럼. 이 길을 가지 않고 저 길을 간다면 후회할 것 같아서. 이제 시를 열심히 읽은 독자들은 여기서 집으로 가는 길이 꼭 집으로 가는 길만 가리키지 않음을 다 알았을게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길, 즉 삶의 길이라는 것을. “마음이 때때로 어지름증을 일으킵니다 / 마음에도 길이 많아 헤매나 봅니다” 집으로 가는 길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마음에도 길이 나 있다. 문제는 하나의 길이 아니라 여러 개라는 점이다. ‘햄릿’ 월리엄 셰익스피어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식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마음이 집으로 가는 길을 찾느라 / 몸이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몸의 집으로 가는 길이 많으면 몸이 피로해지고, 마음의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많으면 마음이 피로해진다.

헌데 마음의 길이 많다는 말은 그만큼 열정을 쏟아붓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열정이 많기에 기대하는 바가 크고 그래서 마음에 생각이 많아지니까, “책상 위의 제라늄이 아파보입니다 / 내가 나에게 미안합니다” 마음의 길을 찾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러기에 때론 몸이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마음이)’ ‘나에게(몸에게)’ 미안하다. 책상 위의 제라늄(꽃)이 아파 보임은 나의 감정이 제라늄에게 이입됐음을 뜻한다. 제라늄 자체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지만 내가 아프기에 제라늄도 아파 보인다. 이는 마치 ‘새가 노래하고 있다.’와 ‘새가 울고 있다.’와 같다. 자신의 마음이 기쁠 때는 새가 노래하고, 슬플 때는 울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새의 마음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가는 길은 많다. 다만 어느 길을 갈까 망설이기보다 먼저 첫걸음을 떼는게 중요하다. 떠나기 전에 걱정하기보다는 걸어가면서 길을 찾아가시기를...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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