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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이제는 우리가 꿀벌을 지킬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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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이제는 우리가 꿀벌을 지킬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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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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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꿀벌은 축산법상 가축으로 정의하고 직접 기르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꿀을 모으고 유용한 물질을 생산함으로서 인간생활에 매우 큰 도움을 주는 사회성 곤충이며 진화의 정점에 있다. 개미처럼 집단생활을 하며 우화에서도 착한 역으로 주로 등장하는 의인곤충이다. 벌은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2만종이 살고 있다. 꿀벌은 인도가 원산지로, 밀원을 찾아 이동하면서 아시아(동양꿀벌;재래꿀벌)와 유럽(서양꿀벌;양봉꿀벌)으로 진화․분포됐다.

동양꿀벌은 2천 년 전 고구려 주몽 시대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꿀의 생산력이 우수한 서양꿀벌은 조선말 고종 때인 1904년에 독일에서 양봉을 공부하고 돌아온 봉파 윤신영선생과 1917년 독일인 선교사 구걸근 신부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꿀벌은 알에서 부화 3일, 애벌레 6일, 번데기 과정 12일 거쳐서 21일 만에 꿀벌이 된다. 다만 수벌은 번데기 과정이 14~15일로 24일 만에 태어난다. 수명은 여왕벌은 수년에 달하며 일벌은 가을에 우화(羽化)한 것은 이듬해 봄까지도 살고, 여름에 우화한 일벌은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두 달 정도 밖에 못산다. 동양꿀벌은 양봉꿀벌보다 크기가 다소 작은 반면 날개는 조금 더 큰 편이다. 동양꿀벌의 몸통에는 검정 바탕에 흰 줄이 있고, 양봉꿀벌의 몸통에는 노란 바탕에 검은색 줄이 있다. 동양꿀벌은 양봉꿀벌에 비해 추위에 견디는 능력이 좋다.

꿀벌의 군집은 한 마리의 여왕벌, 다수의 일벌, 그리고 일부 수벌 등 5~8만 마리로 형성되며 역할을 분담한다. 집단이 위기에 처하면 그야말로 목숨까지 버려 가며 싸우는 군대 같은 헌신적 조직이다.

여왕벌은 알을 낳는 번식의 의무만 진다. 산란시기에 하루 1,500~3,000개, 일생에 120만~200만 개의 알을 낳는다. 하루 종일 시녀 일벌들의 시중을 받으며 생활한다. 일벌(암컷)은 태어나서 20일이 지나면 힘을 합쳐 집짓기, 청소하기, 아이 돌보기 등 협동심을 잃지 않는다. 춤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꽃가루와 꽃들을 발견하면 집으로 와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춰 동료 꿀벌들에게 꽃의 위치를 알려준다. 혀로 꽃을 채집하여 꿀주머니에 넣고 벌집으로 와서 다른 벌에게 입으로 꽃 꿀을 전달한다. 전달 받은 벌은 꽃 꿀을 게워 내어 꿀을 만들어 밀납방에 저장한다.

무려 하루 15만 번 벌통과 밀원식물 사이를 오가며, 꿀 1Kg을 얻기 위해 총 15만km를 날아다니는 성실함을 보인다. 들판에서 마주치는 꿀벌은 대부분이 일벌이다. 일벌들은 낯선 동물의 위협에 독침으로 대처하는데, 갈고리 형태의 침은 한 번 사용하면 몸에서 분리되기 때문에 일벌은 결국 목숨을 잃는다. 수벌의 덩치는 일벌의 2~3배 정도로 크다. 우화 후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벌집 안에서 결혼비행 전까지 여왕벌과 마찬가지로 놀고먹기만 한다. 둥지를 방어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자기 손으로 먹이를 먹을 줄도 몰라 항상 일벌들이 먹여줘야 한다. 독침이 없어 전투도 못하고 오로지 여왕벌과 짝짓기만 하고나면 죽는다.

꿀벌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행동으로 꿀을 만들어 낸다. 프로폴리스, 로열젤리, 밀랍 등 인간에게 유용한 천연 산물들을 선사한다. 이득을 보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다. 화분을 매개함으로써 지구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고마운 존재다. 더욱이 식물의 꽃과 꽃 사이를 다니며 수분(受粉)을 하는 ‘큐피드’ 역할을 충실히 한다.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 1,500여 종 중 벌이 수분 매개하는 종은 30%에 달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벌이 수분매개를 담당하는 종은 과일, 채소 등 71종일 정도로 식량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꿀벌이 없다면 인간이 재배하는 주요 100대 작물의 70% 가량이 극도의 품귀 현상을 맞을 것이고 가격 또한 치솟게 될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만약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그로부터 4년 후 멸망할 것’이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경고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꿀벌 가족을 우리가 지켜야 할 때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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