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문제열의 窓] 한우의 변신
상태바
[문제열의 窓] 한우의 변신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5.01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소는 일찍이 8000년 전부터 인간에 의해 가축으로 길들여져 야생성을 잃은 나머지 이제는 인간이 없으면 종의 존속이 불가능한 종이 되어버렸다. 큰 포유류들 중에 인간다음으로 가장 많은 동물이다. 농경사회 속에서 소는 먹기 위해 기르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동반자에 가까웠다. 2008년 개봉해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독립영화 ‘워낭소리’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소와 인간이 맺은 유대관계가 어떻게 발현되었는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옥수수가 세계적 신의 작물이라면 신의 동물은 단연 소다. 소는 유독 사용범위가 넓다. 유럽 국가들은 200개 내외의 부위로 도살하는데 우리나라는 300개가 넘는 부위로 구분해 도살한다. 살코기 부위 외에도 곱창, 막창, 간 등의 내장도 먹는다. 소꼬리는 곰탕으로, 피는 선지로, 배설물(쇠똥)은 비료로 활용한다. 소의 담낭에 병으로 생긴 응결물은 유명한 신경안정제인 우황청심환의 재료인 우황으로 쓰인다. 소뿔도 버리지 않고 갈아서 약이나 국궁의 소재, 아교, 화각 공예품을 만드는 데 쓴다. 뼈는 끊여 사골국물을 만들어 먹는다. 가죽은 의류나 지갑, 구두 등 가죽제품의 재료로 아주 요긴하게 사용된다.

1960~70년대 우리나라 농촌풍경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들판 가운데 일하는 소의 모습이다. 어지간한 농사꾼치고 소 한 마리 키우지 않는 농가가 없었다. 소는 쟁기와 써레를 끌고 논과 밭을 갈아엎거나 달구지를 끈 동력원이었다. 인간의 노동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을 메워 준 고마운 존재였다. 소는 농가의 중요 재산목록 1호로 논밭과 함께 농가의 경제력을 가늠하는 척도였다. 때문에 소를 많이 가진 농가는 부농으로서 농민들의 선망을 받았다. 농민들은 급전이 필요할 경우 소를 담보로 돈을 빌리기도 했고, 송아지를 잘 키워서 어느 정도 크면 우시장에 내다 팔아 목돈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를 파는 경우가 많았던지라, 흔히들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던 소가 1960년대 중반부터 농촌에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농사일에 가치가 없어 졌다. 당시 농촌마을에서는 황소 6마리를 팔아 8마력짜리 동력경운기 1대를 샀다. 마을에서는 저 사람 미쳤다며 비웃었다. 그런데 경운기를 논에 들여놓고 운전을 해보고 나니 신바람이 났다. 소로 논 700평을 갈려면 꼭두새벽부터 어둠이 내릴 때까지 꼬박 논에 살아야 일을 마쳤다. 그런데 쉬엄쉬엄하면서도 하루 2,000평을 넉넉히 갈아 치울 수 있었다. 더군다나 쟁기보다 깊게 갈아져 수확도 늘고 흙을 뒤섞어 버려 잡초도 쉽게 돕지 못하게 했다.

농업기계화에 밀려버린 우리나라의 일소는 1990년대부터 고기소로 고급화․명품화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으로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다. 배만 불리는 사육이 아니라, 영양과 육질을 고려한 사양(飼養)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육종을 통해 우수한 혈통을 만들고 과학적 의미의 사양 즉 ‘가축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사료)을 공급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생산을 충분히 하며 가진 바의 유전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조화를 이루며 소비자가 좋아하는 육질을 가진 한우로 키워낸 것이다.

한우고기는 단맛과 감칠맛을 내는 글루코스 함량은 수입산의 2배이고 신맛을 내는 젖산 함량은 낮추었다. 탄수화물과 리보핵산, 단백질, 지방산과 티아민 등 다양한 풍미를 만드는 물질이 풍부하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지방함량은 증가하고 수분함량은 낮아져, 등급이 높은 경우 15~20% 정도의 지방을 함유해 촉촉함과 부드럼움을 더했다. 한우의 맛은 축산 선진국인 미국이나 호주산 소고기는 물론이고 일본 와규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렇게 좋지만 서민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 먹고 싶어도 주저하는 실정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 값이 너무 비싸고 축산 농가에서 소비자까지 7단계를 거쳐야 하는 유통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유통과정을 줄여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개선대책과 병행해 패스트푸드점을 통한 한우 고기 햄버거 판매가 활성화됐으면 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정부가 한우고기 할인판매로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 주고 소비를 활성화한다는 소식이다. 모처럼 가족들과 외식하는 기회가 많이 생길텐데 메뉴는 한우로 정해야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