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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보리를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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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보리를 밟으며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5.10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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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보리를 밟으며
                -이진옥作

잔설을 이고 파랗게 웃는
밟지 않으면 턱없이 달뜰

남을 밟고 산다는 것이 못할 일이기는 하나
밟히고 긁힌 상처가 내면을 채울 때
비로소 푸르게 비상할 수 있다면

꼭꼭 밟아준다
발밑이 꿈틀
봄이 깨어난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모진 고난을 겪은 사람이 성공한다’ ‘밟히면 밟힌 만큼 웃자란다’ 등 고난을 딛고 일어나라는 격언은 많다. 

사람은 편안한 곳이 없다. 
오직 한 번 태어나는 순간에 가장 큰 환희를 맛보고 자라는 동안이나 성장하여 사회생활을 할 때는 온갖 시련에 직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생각할 뿐 태어나는 순간도 죽음을 각오한 시련이다. 
어머니로부터 분리되는 순간 죽음을 겪지만 잊었을 뿐이다. 

식물은 씨앗이 퍼져나가 여러 곳에 자리 잡아도 그 자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자연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힘이 없다면 단호하게 생명을 앗아간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식물은 사람보다 더 힘든 삶을 산다. 이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어진 곳에 뿌리내리고 죽을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살아남는다. 

그런 식물 중에 보리와 질경이는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풀이다. 
사람이 재배하는 보리는 겨울을 나는 동안 내린 뿌리가 서릿발에 들떠버리면 그대로 말라 죽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른 봄에 보리를 밟아줘야 한다. 

이진옥 시인은 보리의 생태를 읽어내고 밟고 밟혀야 푸르게 비상하는 보리의 특성을 살려 사람의 고난도 이와 같으니, 
시련을 시련이라 생각하지 말고 일어서라는 충고를 한다. 

밟히면 밟힌 만큼 힘을 내는 생물은 끊임없는 고난을 겪지만 그만큼의 성과를 낸다. 
질경이와 달맞이꽃이 길가에 많은 이유는 고난의 삶이 무엇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시인은 봄맞이하며 보리를 가꾸고 계절의 숨결을 깨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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