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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목숨의 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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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목숨의 중량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6.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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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목숨의 중량
            - 이창희作

날아오르려니
무겁군요
내 목숨

떠나는 숨결
붙잡아 보았더니
21g였다는데
볶은 커피콩
135알 무게

실없는 짓을 한 정신과 그 의사는 그날부터
아구 벌린 호주머니 따내고
주저앉은 책들 내다 버리고
가슴속에 눌어붙은 것들
소금물 마시고 토설했다네요

겨울숲으로 들어가는
목백일홍처럼
다시 가난해질 수 있을까요
목숨의 중량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한 사람의 무게는 지구를 넘어 우주와 견준다. 
우주보다 큰 것이 있다고 해도 목숨의 무게에 비교할 수 없다. 
세상 만물 무엇으로도 생명과 바꿀 수 없고 존재의 가치를 따질 수 없다. 

목숨이 없다면 끝나기 때문이다. 
지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공동체를 이뤘고 그 한 사람은 각각의 무게대로 삶을 살아가고 시작하여 끝맺을 때까지는 세상의 전부다. 

"내가 없다면 우주도 없고 만물의 생성도 없다"라는 말은 
종교의 경전을 떠나서 철학적인 사유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한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창희 시인은 한 사람의 영혼을 실험으로 측정한 어떤 의사 행동에 의문을 품는다. 
떠나는 숨결의 무게는 21g이며 그 중량은 볶은 커피콩 135알이었다는 실험은, 가치를 떠나서 무의미하다. 

한 사람의 목숨이 우주와 비교되는데 그런 실험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러나 시인이 느끼는 무게는 분명에 현실 속에 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며 이룬 결과는 그 사람이 죽었을 때 나타나지만 그것을 본인은 모른다. 

후인들의 판단으로 정할 뿐이다. 
본인은 모르지만 인류의 삶에 어떤 공적을 쌓았든가, 아니면 정신적인 지주의 역할을 남겼는지에 따라서 무게가 결정된다. 

그러나 대부분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시인은 여기에서 영혼의 가난을 논한다. 
물질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영혼만이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을 남기게 된다는 뜻이다. 
삶의 가치를 꿰뚫어 본 시인의 눈이 빛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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