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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새벽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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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새벽녘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6.15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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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새벽녘
               - 문재운作

헝클어진 전깃줄 이슬 머금은 채
긴 밤이 지나갔다
앞길 하얗고 갓난아기의
어른거림만 남았다
아무런 체취 없고
오직 고요함이 남아 
열리는 신새벽
동녘 헤치는 소리
아직 멀었나 보다
밤새 얽어맨 거미 집
영롱한 구슬이 밝다
햇빛 나면 흩어질 옥구슬
새벽녘이 두려워
어둠을 붙잡았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날이 샐 무렵은 어둠을 동반한다. 
무엇이든 희미하게 보이고 여명이 터오는 동쪽이 어스름할 뿐이다. 
이때 생명의 태동은 시작되고 밤새 멈췄던 만물은 몸을 사린다. 
잘못 나서면 하루의 시작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하얗게 밝아지기 전의 신 새벽은 그래서 고요하고 냉혹하다. 
이때 새 생명이 탄생 된다면 우주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수 있는 조건의 몸을 가진다. 

시작의 시간은 그래서 경건하게 맞이하고 숨죽여 기다린다. 
밤은 휴식의 시간이 아니라 기다림의 시간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며 반대 방향으로 자전했을 때를 밤이라 하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면 낮이다. 
낮에 왕성한 활동으로 지친 몸이 밤을 기다리는 건 휴식이 아니라 낮에 못 이뤘던 것을 찾기 위한 꿈의 시간이다. 

문재운 시인은 이런 밤이 좋다. 
이리저리 헝클어진 전깃줄이 되어 몸을 뉘었다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꿈을 꾸고 새 생명의 탄생이듯 새로운 삶을 기다린다. 
그 꿈자리에 영롱한 구슬이 맺히고 햇빛이 나기 전에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더욱 경건해진다. 
삶은 언제나 도전이다.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일과 겪었어도 잊어버린 일에 뿌리를 내려 새로운 삶은 이뤄내는 것이 한 사람의 일생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두렵다. 
닭이 울지 않은 꼭두새벽에 꿈에서 만들어 낸 옥구슬을 햇빛에서도 반짝이게 해야 진정한 삶이 된다. 
그런 과정을 날마다 거치는 일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시인은 연속으로 뒤바뀌는 일상의 한 장면을 그려내어 자기만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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