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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3] ‘나 하나로 하여 세상이 바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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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3] ‘나 하나로 하여 세상이 바뀐다면’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9.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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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조동화 시인(1948년생)
경북 구미 출신으로 197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경주에서 사립고 교사로 근무한 뒤 '경주성경침례교회' 목사로 재직

<함께 읽기> 필자가 이 시를 대했을 때 예전에 읽은 적 있는 프랑스 동화 작가 장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작품이 생각났다. 한 오지 여행가가 프로방스의 알프스 끝자락 나무 한 포기 없는 황량한 계곡 마을을 찾는다. 바람이 세찬 이 마을은 주민들끼리 싸우고, 살인과 자살이 잦은 그야말로 오직 절망만 가득 찬 곳이었다. 그때 그의 눈에 양 치는 한 노인이 들어온다. 그 노인은 아주 먼 곳에서 물동이를 져다 날라 도토리에 물을 주고 있었다. 나그네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 이렇게 세찬 바람이 부는 곳에 참나무를 키우려는 노인을 보고 어리석은 짓이라 했다. 하지만 그 노인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꾸준히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그곳은 풍요로운 숲으로 바뀌고 바람도 막아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 시는 시행 하나하나에 대한 해석은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읽힐 게다. 그렇지만 읽고 나면 뭔가 찌르르 심장을 떨게 하는 울림이 있다. 가끔씩 저게 옳은 길인데, 저렇게 해야 인륜 도덕이 바로 서는 길인데, 저래야 건강한 나라로 나아가는 길인데 하면서도, 워낙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나 하나 나서봐야 뭐 하겠어?’ 하며 돌아섰던 사람들에게 이 시는 더욱 아프게 다가올 게다. “나 하나 꽃 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을 꼬집을 때 ‘나 하나 나서본들 뭐 달라질까’ 하는 지레 포기하는 의식이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아름다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날 때 세상은 꽃밭이 되는 게 아닌가. 꽃밭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기에. “나 하나 물들어 / 산이 달라지겠느냐고 / 말하지 말아라” 아주 따끔한, 벌에게 정수리를 쏘인 듯 뜨끔 한 시행이다. 하잘 것 없어 보이는 꽃 한 송이, 잎 한 장이 모여 울긋불긋한 꽃 동산을 이룬다는 사실. 이는 기적이 아니다. 이른 봄에 피는 복수초, 노루귀, 봄까치꽃, 제비꽃들은 아주 작다. 허나 크기만 작을 뿐 그들로 하여 봄은 화려한 계절이 된다. ‘나 하나 나선들 뭘?’ 하며 의문 부호를 던지는 건 우리가 그만큼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 ‘나 하나로 하여 세상이 바뀐다면’ 으로 마음을 돌린다면 우린 또 그만큼 강한 존재가 된다. 그러기에 '나 하나 만이라도 먼저 나서야' 라는 마음을 가지는 이가 많아질 때 사람 사는 세상으로 바뀐다. 필자 자신이 시를 읽으며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다. 저게 아닌데 하면서도 나서지 못했고, 저게 옳은데 하면서도 나서지 못했을 때가 있었으니까. 이 시를 읽은 뒤 얻은 깨달음이 필자로 하여금 오늘 하루 만이라도 그런 마음을 가져보려고 다짐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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