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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9]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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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9]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6.0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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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1967년생)
경주 출신으로 1993년 ‘현대시사상’을 통해 등단.

<함께 읽기> 누구나 가장 바라는 꿈은 '행복'일 게다. 성공도 사랑도 심지어 투쟁마저 그 궁극의 목적은 행복을 향한다.

오늘 이 시에서도 행복이 둘로 나뉘어 진다. 정말 행복해서 행복한 경우와 너무 슬퍼서 행복하다고 하는 반어적 경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는 스스로의 청춘을 "허전하여 경망스러워진"다고 했다. 다들 가장 화려하게 보냈다고 말하는 청춘기를 그리 말하니, 청춘은 "일회용 용기에 남은 자장면"과 같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문 바깥에 내다 놓고 돌아"선다. 하지만 허망하다거나 슬프다고 해야 함에도 "행복해서 눈물이 쏟아진다"고 한다.

화자는 어떤 의미에서 청춘을 쉽게 버려도 되는 일회용 용기에 남은 자장면에 비유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에 '치열한 무엇'을 가지지 못했음은 분명하다. "행복하여 / 어쩔 줄을 모르던 골목길에선 / 껌을 뱉듯 나를 뱉고 돌아서다가," 이제 '행복하여'가 그 뜻과 반대인 '너무 슬퍼서'로 읽힘을 아셨으니 청춘을 의미 없이 보냈으니 껌을 뱉듯 나를 뱉았을 테고... '껌을 뱉듯 사랑을 뱉았다' 했으면 어울릴 듯하나, '껌을 뱉듯 나를 뱉았다'는 표현엔 갑자기 짠해진다. 한때 필자도 그런 적이 있었음으로. "오늘은 / 행복하여 밥이 먹고 싶어진다 / 인간은 정말 밥만으로 살 수 있다는 게 / 하도 감격스러워 밥그릇을 모시고 콸콸 / 눈물을 쏟는다" 어떤 이들은, 아니 어떤 여인들은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큰 대접에 나물과 고추장을 왕창 넣고 밥 비벼 먹으면 좀 힘이 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경우 밥이 치료제요 영양제가 된다. 그러나 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비애에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까. 밖에 내놓은 짜장면 그릇 같은 청춘을 수거해가는 오토바이의 굉음이 어운을 남기고 사라진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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