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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5] 아름다움은 그 아픔을 극복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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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5] 아름다움은 그 아픔을 극복했을때...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11.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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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이시훈(1959년생)여류시인
서울 출신으로 2000년 계간 ‘다층’을 통해 등단.

<함께 읽기> 수년 전에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성 유방암 유전자(BRCA) 때문에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시도했다고 해서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남자들이라 해도 신체의 부족한 부분을 지닌 사람은 감추려고 든다. 여자라면 부끄러움을 더해 더욱 드러내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자도 마찬가지다. 잘라 떼어내 버린 한쪽 가슴이 보이는 앞모습 대신 어깨선이 드러난 뒷부분을 그리려 했다. 친구의 부끄러운(?) 부분을 감춰주려는 나름의 배려에서 였다.

하지만 친구는 오히려 당당히 드러내려 한다. 결국 부끄러움은 친구가 지닌 게 아니라 이젠 화자의 몫이 됐다.

“수술자국을 슬며시 만져보니 누가 이렇게 고운 수를 놓았네 가슴에 꽃을 문신했네” 참 고운 표현이다. 떼어낸 가슴의 빈자리, 수술 자국이 선명한 그곳, 시인은 아름다운 꽃을 수놓았다고 한다. 어쩌면 보기 흉할지도 모르는 그곳이 화자에겐 더없이 아름다운 곳으로 보였을지 모른다.그 자국보다 당당한 그녀 마음 때문에...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더 빛난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헐리우드 배우 율 브리너다. 율 브리너는 젊었을 때 원인 모를 탈모에 머리칼은 쑥쑥 빠지고, 마음속에선 자존감이 뭉텅뭉텅 빠져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율 브리너는 듬성듬성 난 머리칼을 다 밀어버린다. 그래 탄생한 가장 매력적인 대머리... ‘왕과 나’(The King and I)란 뮤지컬로 4,525번의 공연을 했고, 같은 제목의 영화에서도 뛰어난 연기를 하여 1956년 '아카데미 주연 남우상'을 받았다.

“이 황홀한 꽃 한 송이를 피운 / 그 뿌리는 어디에 감춘 거니?” 여성의 아름다움, 아니 모든 사람의 아름다움과 참모습은 바로 그 아픔을 극복했을 때 잘 드러난다고 한다.

시인이 주목한 점도 바로 그런 부분 일 게다. 또한 신체적 결함에만 한정되지 않고 정신적 결함까지 포함해, 그런 부분을 감추려 하지 말고 드러내 이겨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오늘 주변 사람들을 잠시 둘러보자. 혹 못난 사람이 보이면 등을 두드려 주자. 그는 다시 일어설 거니까.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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