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문제열의 窓] 편의점 도시락 열풍이 반가운 이유
상태바
[문제열의 窓] 편의점 도시락 열풍이 반가운 이유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9.20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35년 전으로 기억된다. 필자가 일본에서 연수할 때였다. 당시 철도역에서 파는 도시락이 1000종류가 넘는다고 했다. 일본 관광안내서를 보면 역(駅)도시락 지도까지 있었다. 19세기 일본철도의 발전과 함께 기차안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고안 한 것이 일상화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점심시간이면 편의점 앞에서 도시락을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도시락을 공원이나 사무실에서 먹는 직장인들은 매우 익숙한 일이고, 도시락으로 한 끼를 대신하는 일은 일상화된 식사형태다. 필자가 일본친구와 여행을 할 때 그들은 꼭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챙겨 차에 싣고 오곤 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도 연인에게 도시락을 선물하는 장면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일본은 도시락 천국임이 틀림없다.

도쿄(東京)와 교토(京都)는 일보도시락의 다양한 진수(眞髓)를 보여준다. 월별로 매달 이색 도시락이 나오고,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나오기도 한다. 도시락 통에 따라 대나무, 나무통, 버들상자로 나온다. 제철 식재료를 그대로 살리거나 지역 특산물을 주제로 도미, 연어, 해산물 초밥 등 독특한 도시락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도시락 문화는 한국생활 풍습은 아니다. 일본인은 작은 량의 공기 밥을 손에 들고 먹지만, 우리민족은 밥상에 밥그릇을 놓고, 푸짐하게 먹는 반상(飯床)차림의 넉넉한 식문화다. 일제강점기 때 ‘벤토’가 들어와 일반화 되던 때도 민중들의 문화 속에 토착화되지 않았다. 1989년 일본에서 도시락 판매의 중심에 있던 세븐일레븐(7-Eleven) 편의점이 한국에 들어와 개점했지만 이때도 도시락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최근 우리나라가 일본 못지않은 도시락 열풍이 불고 있다. 경제불황, 고물가(외식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합리적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하려는 직장인들이 ‘편도족(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과 ‘런치플레이션(lunchfation;점심+인플레이션)’에 가세하면서 도시락 매출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도시락 품질이 좋아졌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또 1인 및 맞벌이 가구 증가와 함께 ‘혼밥(혼자 밥먹기)’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혼자 도시락에 먹는 것을 바라보는 대한 어색한 시선도 없어졌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배달음식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도시락 소비도 지속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 GS25에서 지난 2월 출시된 ‘김혜자의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 도시락’이 6개월 만에 1000만개가 팔렸다. 1분에 40개씩 팔리며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CU에서는 2015년부터 출시한 ‘백종원의 제육 한판 도시락’이 8년간 누적판매량 3억 8000만개를 돌파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지난 3월 선보인 ‘주현영 비빔밥 도시락’이 지난달까지 700만개가 팔렸다.

이마트24는 지난 6일 경기도 이천의 유명 맛집 ‘임금님쌀밥집’과 손잡고 궁중요리 전문가 최향란의 감수를 거친 임금님 수라상 도시락 2종을 출시했다. ‘임금님반상도시락’은 된장 양념에 재운 돼지고기를 구워낸 맥적구이, 잡채, 볶은 김치 등 10가지 반찬으로 구성됐다. ‘임금님비빔밥’은 한돈불고기와 5가지의 나물, 계란후라이, 고추장, 참기름으로 구성해 정말 옛 임금님 밥상을 축소해 도시락에 담아냈다.

경기도 남양주의 농업회사법인 하늘농가(주)는 2017년부터 가정식 대체식품 ‘렌지쿡 볶음나물과 산채비빔밥도시락’을 출시했다. 대한민국 최초 고사리나물제조 식품명인 고화순이 직접 만들어 화제가 됐다. 하늘농가(주)는 해외시장까지 개척해 2017년 첫 수출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미국․영국․캐나다․호주․홍콩 등지에 총 8억6800만원 수출고를 올린 중견기업이다.

옛날 농촌들녘에서 일 할 때 도시락이 아닌 어머니들이 머리에 광주리로 이고 날랐던 밥상이 그리워진다. 세월이 가고 변화하는 물결은 잡을 수가 없나보다. 다행히 우리 쌀을 활용한 도시락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남아도는 쌀 소비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밀가루를 선호하는 지금의 추세가 밥을 중심으로 한 도시락 문화로 바뀐다면 건강에도 좋고, 농촌에도 도움이 될테니 반가운 마음뿐이다.

[전국매일신문]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