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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통일벼 키우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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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통일벼 키우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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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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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쌀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여러 국가가 있다. 쌀의 90%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고, 그 대부분을 아시아에서 소비한다. 쌀은 세계인구의 반 이상이 먹는 주식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식량이 턱 없이 부족해 양곡을 수입했다. 당시 전체 수입액의 10%를 차지하고 국제수지적자의 40%가 양곡 수입 때문에 발생할 정도였다. 정부는 급기야 쌀의 수확량을 늘릴 벼 품종 개발에 정책을 집중했다. 그 첫 단추로 1965년 필리핀에 있는 국제미작연구소(IRRI)에 벼 육종연구자들을 파견해 수확량이 많은 ‘인디카(indica)’와 밥맛이 좋은 ‘자포니카(japonica)’의 장점을 모은 품종인 ‘IR667’을 1969년 개발했다. ‘인디카’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재배하는 쌀이다. 가늘고 긴 모양으로 찰기는 없으나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높다. ‘자포니카’는 우리나라와 동북아시아에서 재배하는 쌀이다. 둥근 모양으로 찰기를 지니고 있으나 생산량이 낮다.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은 ‘IR667’의 이름을 ‘통일’이라 명명하고, “미질 보다는 먹고 사는 게 먼저”라며 보급을 강력히 추진토록 했다. 이후 정부는 통일벼의 약점을 보완하는 품종개량을 추진해 ‘유신(維新)’, ‘밀양23호·30호’, ‘수원264호’ 등 신품종을 개발해 보급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신품종을 개발한 연구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연구원 이름을 신품종에 붙이도록 해 박래경(朴來敬)박사의 신품종은 ‘래경(來敬)’, 박노풍(朴魯豊)박사의 신품종은 ‘노풍(魯豊)’으로 탄생시켰다.

당시 통일벼는 개발에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못해 냉해 등 자연재해에 취약했다. 농가 기술도 부족했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다. 또 줄기가 짧아 볏짚의 유용성도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배를 주저(躊躇)하는 농민도 많았다. 그러나 다수확이라는 장점은 그런 약점을 다 덮었다.

통일벼 등장 후 한국농업은 분수령을 맞았다. 1971년 통일벼가 농가에 처음 보급된 이래, 재래품종 대비 30%이상의 증산실적을 내면서 3,080만 섬(440만톤)을 생산했다. 1977년에는 통일계통의 벼가 전체 벼 재배면적의 절반을 넘으면서 4,170만 섬(600만 톤)을 생산했다. 10a당 벼 평균생산량이 500kg에 육박한 것이다. 당시 세계최고 기록인 일본의 447kg 보다 더 많은 양이었다. 녹색혁명으로 식량부족 문제를 떨쳐내고 식량자급 국가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인도네시아에 쌀 7만 톤을 대여해 줄 정도로 쌀 증산을 이뤘다. 온 국민의 소망인 주린 배를 채워 주었으며 더는 쌀 걱정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 든 것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다수확 품종은 매력을 잊고 고품질 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생산성이 우수하면서서도 밥맛도 뛰어난 품종 개발이 시작됐다. 해들, 알찬미, 삼광, 신동진, 새일미, 영호진미, 일품, 오대 등이 그 것이다. 이들 쌀은 쌀알이 맑고 투명하며 적당한 찰기에 고소한 맛을 내며 부드러운 식감에 생산 안전성까지 확보한 품종이다.

1989년부터 벼농사는 전 과정 기계화, 안정적 재배기술, 논의 경지기반 및 수리시설이 잘돼 있어 생산량이 늘었다. 반면 1990년대 국제화 등에 따라 서구화된 식생활이 익숙해지면서 쌀 소비는 오히려 줄었다. 더욱이 2000년대 들어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되고 가정간편식 수요가 늘어나면서 먹는 쌀 소비는 급격히 줄어 쌀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2022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으로 30년 전인 1992년 124.8kg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쌀이 모자라 걱정이던 나라가 이제는 쌀이 남아돌아 걱정이라는 사실이 요즘말로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 문제는 식습관이 변하면서 밥보다 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가 됐는데도, 우리나라 전체 농가의 절반 정도가 여전히 벼농사를 짓고 있어 쌀 재배면적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이다.

쌀은 식량안보차원의 전략품목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유지해야하는 것도 중요하다. 논에서 밀 같은 수입 의존성이 높은 작물을 생산하고 밥쌀용 벼 재배를 줄이는 등 논 이용률은 계속해서 높이면서 농가 소득도 높이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혁명적 정책추진이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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