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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우리 시대 농민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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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우리 시대 농민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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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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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조선시대 농민은 가족노동을 기반으로 농사일에 종사했다. 이들은 이웃끼리 서로 도우며 농사일을 함께 하는 조직인 ‘두레’를 만들어 품앗이를 했다. 생활물자는 거의 자급자족했다. 농민들은 일 년 내내 농사일에 매달려야 했다. 춘분과 추분사이의 농번기에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시간인 농한기에도 집수리, 가마니짜기, 새끼꼬기 등의 일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등 농민들의 생활은 고달팠다.

최근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파친코’라는 드라마가 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초들의 삶이 가슴 아프게 나와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귀하게 키운 딸이 결혼 전에 임신을 하고, 아이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안 양진(어머니)은 자신의 딸과 결혼하겠다고 나선 백이삭 전도사에게 딸을 맡기기로 하고, 지하 교회에서 딸의 혼례를 치렀다.

혼례를 마치고 곧 일본으로 떠나는 딸에게 어머니는 ‘우리 땅 쌀밥’을 꼭 먹이려고 어렵사리 쌀을 구해온다. 그리고 딸네 부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만찬을 마련한다. 이른바 한국인의 정서인 ‘밥심’이 구현되며 엄마의 숭고한 시간이 펼쳐진다. 하얀 쌀을 정성스레 씻고, 불리고, 걸러, 솥에 안치어 밥을 지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고봉밥을 건네받고 눈시울을 붉힌다. 딸은 어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지은 밥인지를 알기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 쌀밥을 먹는 것이 당대에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분명 생애 최고의 진미였을 것이다.

당시에 쌀가게에서 한국인이 쌀을 구하기란 아주 힘들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돈이 있어도 못 사던 것이 쌀이었다. 1930년대 국내에서 농민들이 생산된 쌀은 대부분 일본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늘 쌀이 부족했고,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 농민들에게 돌아갔다. 한국 사람들이 먹지 못했던 쌀을 조금 구해와 딸을 위해 밥을 짓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고난의 역사와 애환이 녹아내며 서러운 눈물 나게 해 주었다.

조선시대에도 일제강점기에도 고달팠던 우리 농민의 삶은 현재도 그닥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농민들이 농사만으로 벌어들이는 한 해 동안의 소득을 농업소득이라 하는데 지난해 평균 농업소득은 949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6.8%나 급락했다. 농업소득이 30년 넘도록 천만 원 언저리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농업소득은 1만 달러가 안 되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총 수입은 정체돼 있는데 농업에 들어가는 자재나 인건비 같은 농업경영비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중 압박’에 놓여 있는 탓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닥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농사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지경이 계속되면 결국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적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요즘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연재해도 농가를 힘들게 하는 주범이다.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의 경우 2000년 사과, 배 품목으로 시작해 현재 67개 품목까지 보장을 늘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다수 농가가 보험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67개 품목이 대상 품목이지만 전국단위로 가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주산지 농민들의 경우 가입할 수 없어 재해에 무방비 상태다.

뿐만 아니라 농기계값, 비료값, 농약값, 사료값, 전기요금, 유류대 등이 지속적으로 급등하면서 농업경영비가 크게 가중되고 있다. 농업은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가장 안전하게 생산하는 특수산업이다. 농축산물 생산 단가가 오르게 된다면 판매가격도 당연히 올라야 하는 구조다. 결국 국민들은 농축산물을 비싸게 사먹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시 농가로 돌아가는 구조다.

농사를 많이 지으면 지을수록 일에 쫓겨 사는데 빚은 더 느는 농사, 한번만 제대로 농사지어서 제 값을 받아보자고 말하는 농민들. 사회적 안전망이 미약한 농업현장에서 우리 농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필자는 상황이 이런데도 농촌을 지키는 우리 농민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지치지 않고 고된 농사일에 구슬땀을 흘리는 우리 농민들을 국민들이 인정하고 응원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농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농업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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