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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문화중심 사회에 맞는 농촌의 스토리텔링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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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문화중심 사회에 맞는 농촌의 스토리텔링 전략이 필요하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11.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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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열

인류 역사는 다양한 변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수렵에서 농경사회로, 다시 산업혁명에서 정보화 사회로 발전했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의 인류 역사는 사람의 감성적인 부분에 주목하는 드림사회(Dream Society)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회가 물질 중심의 사회였다면 드림사회는 꿈과 감성이 중요시되는 문화중심 사회다. 따라서 물질보다는 사람의 꿈과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자산이 되고 이런 드림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야기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야기는 얼어붙은 사람의 마음도 움직인다. 이야기의 힘을 엿볼 수 있는 일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라비안나이트에도 잘 나와 있다. 아내의 부정을 목격한 페르시아의 왕 샤리아르는 매일 밤 여자들을 침실로 불러들인 다음 날이면 처형해 버렸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와중에 재상의 딸 세헤라자드는 목숨을 구걸하는 대신 이야기를 시작했다. 왕은 넋을 놓고 이야기를 듣다가 날이 밝아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왕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세헤라자드를 계속 살려두었고, 결국 천 일째 되는 날 그녀를 왕비로 맞아들였다. 그 후 왕은 자신의 잘 못을 뉘우치고 선정을 베풀어 성군이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와 상품이 합쳐지면서 성공한 사례는 많다. 덴마크에서는 암탉을 자연 상태로 방목해 키우면서 여기서 생산된 달걀을 시장에 파는데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곳의 달걀은 일반 달걀보다 15~20% 정도 더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옛날 전통 방식 그대로 생산된 친환경 달걀이라는 이야기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호주 멜버른에는 샌드위치 가게가 임대료가 싼 7층에 있다. 샌드위치 가게가 1층이 아닌 7층에 있으면 샌드위치가 분명 팔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 바로 주문과 결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받고, 소비자가 구매한 샌드위치는 낙하산에 매달아 밑으로 내려보내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래서 호주식 샌드위치 명칭인 제플(재플:Jeffle)과 낙하산(슈츠:Chute)의 합성어인 ‘제플슈츠’가 탄생했다. 고객입장에서는 매우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제플슈츠는 ‘재미’, ‘신선함’, ‘호기심’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각종 SNS를 타고 소문이 퍼지면서 대박이 났다.

이야기는 우리 농업이 지녀야 할 전략에도 교훈을 준다. 예를 들어 경기도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DMZ 사과를 판매한다고 하자. 그러면 단순히 사과를 파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DMZ,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사과라는 스토리텔링이 곁들여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사과를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사과를 어떠한 방식으로 재배했는지, 영양성분은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 등 사과와 함께 ‘문화’를 제공한다면 금상첨화다.

판매하는 이야기의 사이즈를 소비자에 입맛에 맞게 분류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농촌체험의 이야기를 소(小)-중(中)-대(大)-특대(特大)로 나눠서 제공하는 것이다. 소(小) 이야기는 농촌 체험에 대한 책자를 제공하거나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중(中) 이야기는 가까운 농촌체험관을 찾아가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대(大) 이야기는 소비자가 직접 농촌 마을에 가서 2박 3일 정도의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특대(特大) 이야기는 귀농을 통해 농촌 생활에 뛰어들어 자연과 동화되는 삶의 가치를 찾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는 이야기가 매우 중요 해지기 때문에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를 발굴하는데 정부나 지자체는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와 마케팅이 결합 될 때 농업의 경쟁력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농촌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들이 많다. 우리 조상들이 영위했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고, 친환경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며, 땀을 흘리며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하면서 노동의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 농촌은 드림사회에서 필요한 ‘이야기’의 보고(寶庫)이다.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여 드림사회를 이끌 적임자는 다름 아닌 농업이다.

[전국매일신문]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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