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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창원 화재 숨겨진 '시민 영웅', "몸이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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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창원 화재 숨겨진 '시민 영웅', "몸이 먼저 움직였다"
  • 창원/정대영 기자
  • 승인 2023.12.2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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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서, 불길에 갇힌 모녀 목숨 구해
-창원시, 4분기 시정발전 유공시민 표창 수여
박영재 씨가 27일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2023년도 4분기 시정발전 유공시민 표창 수여식’에서 인명 구조에 앞장서 피해를 최소하하는 데 공헌한 의인으로 선정돼 창원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대영 기자]
박영재 씨가 27일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2023년도 4분기 시정발전 유공시민 표창 수여식’에서 인명 구조에 앞장서 피해를 최소하하는 데 공헌한 의인으로 선정돼 창원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대영 기자]

"그 상황에서는 그냥 갈 수가 없었죠. 2층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는데 학생을 살리고 봐야지.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지난 8월 1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아파트에서 에폭시 공사 도중 화재가 발생해 소방서 추산 8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약 40분 만에 진화됐다. 

당시 화재 발생 직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에 나섰던 청원경찰이 한 언론에서 ‘시민영웅’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중학생을 포함한 6명이 중경상을 입을만큼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화재 사고가 난 집안의 모녀를 목숨을 걸고 구한 숨겨진 시민 영웅 '박영재'씨는 언급되지 못했다.

시민 영웅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박영재씨는 "그날 야간 근무라 오후 4시쯤 일어나 산책을 하는데 '쾅쾅'하는 소리가 나서 살펴보니, 옆동 아파트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며 그 당시를 현장을 설명했다.

이어 "큰일났구나 싶어 쫓아가니 중학생이 베란다에 나와서 살려달라고 소리지르고 있었다"며 "하필 그때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지 않아 경비실로 급히 가서 소방서에 신고해 달라고 말하고선 화재 현장으로 다시 달려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창원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모습. [창원소방본부 제공]
지난 8월 창원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모습. [창원소방본부 제공]

다시 돌아온 현장은 불길이 거세지고 있었고, 2층 베란다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여중생을 본 그는 자신이 받아줄 테니까 뛰어내리라고 외쳤다. 

뛰어내리길 무서워 베란다에 주저하던 여중생에게 박영재씨는 “안 뛰면 큰일난다. 아저씨가 충분히 받을 수 있으니까 뛰어내려라”고 말했으며, 그제서야 학생이 뛰어내려서 팔로 받아냈다고 말했다.

안도의 숨을 쉴 새도 없이 여학생이 "집안에 엄마, 아빠가 있어요"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내렸다는 박영재 씨. 큰일났다는 생각에 그는 다급히 여학생의 엄마에게 소리쳐 베란다로 나오게 했다. 

그리고 "뛰어내리라"고 또 다시 외쳤다. 여학생의 어머니는 뛰어내리기를 머뭇거렸고, 마침 더 거세진 화마가 어머니를 덮쳐 몸에 화상을 입게 됐다. 그리고 결심한듯 어머니는 박 씨를 향해 몸을 날렸고, 박영재는 또 다시를 여학생의 어머니를 받아냈다. 

이후 박 씨는 경비원과 함께 A씨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고, A씨는 119와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현관을 통해 이미 대피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박영재씨의 아내 안지윤 씨는 “남편은 평소 운동도 많이 하지만 성격적으로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며, “연애 때는 그런 성격이 좋았는데 지금은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구해놓고도 자신은 화재 당시 트라우마로 사흘 정도 잠을 설쳤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앞으로는 몸 좀 사리면서 다니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 해도 안 할 사람이 아닌 것을 안다”며, “또 (사람을) 구한다 해도 이제 성격이 그러니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그냥 많이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재 씨는 “생전에 이런 일이 나한테 닥칠지 몰랐다. 다 남의 일이거니 생각했지만, 내가 그 당사자가 될 줄 몰랐다”고 하면서 자신은 “사실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 자신에게 뿌듯했다. 칭찬을 속으로 많이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이어 그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뿌듯했지만, 다시는 이런 화재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사고는 언제 일어날 지 모르니, 우리 모두가 방심하지 말고 화재 예방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화제 예방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트라우마를 겪었는데도 또 다시 화재 현장을 지나가다 사람을 구할 거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구해야 된다. 일단은 구해야 된다”고 해 주변을 다시금 숙연케 했다.

한편 박영재 씨는 27일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2023년도 4분기 시정발전 유공시민 표창 수여식’에서 인명 구조에 앞장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공헌한 의인으로 선정돼 창원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당초 창원소방본부 마산소방서로부터 지난달 9일 ‘소방의 날’에 맞춰 감사장을 받기로 돼 있었으나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번에 시장 표창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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