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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7]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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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77]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보자”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4.01.1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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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하 시인(1943년~2009년)
1968년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동시에 당선되는 바람에 신춘문예 중복투고 금지를 낳게 한 시인으로 모든 문학상을 거부한 일로도 유명한 시인임.

<함께 읽기> 아이들이 주로 노는 곳은 놀이터다. 반면 노인들이 주로 노는 곳은 공원(요즘엔 노인당과 배우러 다니기 좋은 주민센터)이다.
즉 "아이들과 노인들은 공간(장소)에 살고" 있으니 공간적 삶을 지향한다. 그 중간에 낀 세대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중간 세대에게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그들에겐 공간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
공간을 사는 사람에겐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고 노인은 공원에서 몇 시간만 놀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하지만 아이도 노인도 아닌 “그 중간에 끼여 사는 자들은 / 공연히 바쁘게 뛰어다닌다.” 아니 뛰어다녀야 한다. 그들은 “무성한 그림자로 거느리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림자’는 무엇인가? 딸린 가족이고, 돈이나 명예나 지위 등이라 하겠다.
가족을 위한 돈벌이를 위해서, 명예를 얻기 위해서, 지위가 높아지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남보다 더 빨리 바쁘게 뛰어다녀야 성공하기 때문이다.
“시간의 고무줄 위에서 / 아이들은 천지를 수직으로 날고 / 노인들은, 길 없는 길 위에서 / 빗자루로 시간을 지우고 있다.” 공간적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은 공통분모를 가지지만, 시간 활용 면에서는 전혀 다르다.

아이들은 시간의 고무줄을 늘이려 한다. 늘이는 만큼 노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하지만 노인들은 그 시간을 지우려 한다. 살아온 날을 지우면 살날이 늘어난다는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적 삶을 살고 있는가, 공간적 삶을 살고 있는가. 어느 것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시는지. 시간에 쫓기며 사는 데서 의미를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든 걸 내려놓고 고요한 곳에 머무르며 살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오늘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보자.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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