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승필의 돋보기] 여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자한다면
상태바
[최승필의 돋보기] 여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자한다면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3.10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승필 지방부국장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직접적인 경제지원이 이뤄지도록 출산장려금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하고, 셋째까지 출산한 임직원 가정에 대해서는 국가가 토지를 제공한다면 임차인의 조세부담이 없고, 유지보수 책임이 없는 국민주택을 제공하겠다”

지난 2월 5일 서울시 중구 소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령그룹의 2024년 시무식에서 이부영 회장이 심각한 인구문제로 현실화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 관련, 직원들의 출산을 장려하는 이 같은 내용의 화끈한 조치를 소개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 전액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기 광명시 소재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17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더 많은 근로자가 혜택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기업이 출산한 직원 가정에 1억 원을 지급하는 경우는 부영그룹이 처음으로, 그 배경에 대해 이 회장은 “저출산의 배경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일과 가정생활 양립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은 현재의 출산율로 저출산 문제가 지속된다면 20년 후 경제생산인구 수 감소와 국가안전보장과 질서 유지를 위해 국방 인력 부족 등 국가 존립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저출산 해법을 위해 2021년 1월 1일 이후로 주민센터에서 확인된 출생아에게 1인당 1억 원 이내로 기부할 수 있도록 면세혜택을 주자는 내용의 ‘출산장려금 기부 면제제도’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부영그룹 등 일부 기업의 출산지원금 지급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원금에 부과되는 세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들이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그룹도 다자녀 가구의 이동 편의성을 돕기 위해 올부터 셋째를 출산한 임직원에게 승합차 렌트 비용을 2년간 무상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재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여성 한 명이 평생 몇 명을 낳을 것인지 예상하는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올해는 저출산 기조 확산으로 0.7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심화하고 있는 출산율 저하는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이어지며, 올 1학년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 12개 시·도에서 무려 15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취학 아동이 없는 초등학교는 전북이 휴교 2개교를 포함해 34곳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경북 27개교, 강원 25개교, 전남 20개교, 충남 14개교, 경남 12개교, 충북 8개교, 인천 5곳, 경기·제주 각 4곳, 대구와 부산 각 3곳과 1곳 순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으로,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40만1752명이었지만 올해는 36만9441명으로, 40만 명 선이 무너졌다.

또,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024~2029년 학생 수 추계’ 자료를 통해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내년 31만9935명 선으로 감소하는 데 이어 2026년에는 29만686명, 2027년 27만1282명, 2028년 25만8447명, 2029년에는 24만4965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10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학령인구 감소는 결국 지방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 여성들을 취재해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눈길을 끌었던 진 맥킨지 BBC 서울 특파원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 원인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그는 아이를 낳고 복직하지 못한 주변 동료들을 보고 육아와 출산을 포기한 여성, 홀로 육아에 힘들어하는 여성,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아이가 행복할 수 없는 한국에서 출산하고 싶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아니었다. 더 유연한 근무시간, 배우자도 같이 육아하고, 가정과 일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의 변화를 원했다고 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여성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논의의 중심에 놓는 것이 필수”라며 “여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자한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화하고 있는 저출산 추세는 국가 존립에 위협을 초래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